<전원일기> 테마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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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하우스에서 모를 꺼내 논으로 갖다놓는 모습


지난 주말(17일) 고속도로 하행선이 무척 막히더군요. 나들이 차량도 많았겠지만 모내기하러 시골가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을 겁니다. 5월 중순, 주말에 중부 지방은 주로 그 시기에 모내기를 하기 때문이지요. 저도 모내기 하고 왔습니다만, 이번처럼 끔찍한(?) 모내기는 처음이었습니다.

17일 오후 우선 논에 모를 갖다 놨습니다. 18일 새벽부터 심으려고요. 그런데 18일 오후에 비소식이 있더군요. 기상청에서 10~30mm 정도 예상했구요. 새벽부터 서두르면 오후 1~2시에는 끝날거라고 생각하며 모를 날라다놨습니다.

18일 새벽 4시부터 아버지는 논에 나가셔서 모를 둑에 꺼내놓으셨습니다. 새벽 6시부터 모내기가 본격화되었습니다. 이쪽 논에서는 6줄짜리 타고 다니는 이앙기로, 집앞 논에는 4줄짜리 밀고 다니는 이앙기로 형들이 각각 모내기를 했습니다.

예상 빗나간 일기예보, 하지만 멈출수 없는 모내기

그런데 약간씩 비가 오기 시작하더군요. 좀 불편했지만 모 심는 데 크게 지장을 주지는 않았습니다. 또 우비를 쓰고 있어 젖을 염려도 없었습니다. 오전 8시경 논으로 아침밥을 내오셨는데 그때부터 빗방울이 굵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조금 있으려니 천둥 번개와 함께 거의 폭우 수준으로 쏟아지더군요.

밥에, 반찬에, 국에 굵은 빗방울이 빗발쳐 들어가고, 흙투성이인 우비에 부딪힌 황토색 빗방울이 밥으로 줄줄이 흘러내리고 난리도 아니었죠. 밥을 내온 형수는 일꾼들이 밥을 먹는 동안 우산으로 비를 막아보려고 했지만 손바닥으로 해 가리기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결국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그렇게 반찬을 집어넣어야 했습니다. 그 상황이 정말 비참하게 느껴졌습니다.

모를 심는 동안에 비는 더욱 거세게 내렸습니다. 아버지도, 이앙기를 모는 아저씨도 어떻게 해야 하나 전전긍긍했습니다. 하지만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비가 언제 그칠지도 모르는 일이고 오늘 못 심으면 다음을 기약할 수 없지요. 이앙기 아저씨 스케줄이 줄줄이 잡혀있었고 모는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 웃자라면 심을 수가 없는것이죠. 또한 이미 논에 모판이 나와 있기 때문에 이를 철회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지요. 여하튼 결론은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논이 깊은 물에 잠기는 일이 아니라면 계속해서 모내기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세찬 비를 맞으며 모를 심는 일, 한계에 부딪힌 거 같습니다. 안경은 빗물과 흙범벅으로 잘 보이지 않았고 우비도 빗물이 스며들어 등짝이고 팬티고 할 것 없이 축축하니 찝찝하기만 했습니다. 허리띠로 졸라맨 우비 하의는 왜 그렇게 내려가고 벗겨지는지 걸음조차 제대로 걸을 수 없게 만들었구요.

이앙기 보조하는 일은 무척 바쁘게 돌아갑니다. 모 심는 현장에서 모판에 가루 농약 일일이 뿌려야죠. 모판 밑에 부직포 빼내야죠. 이앙기가 한바퀴 돌아오면 정신없이 모판 대줘야죠, 빈 상자 챙겨 경운기에 실어야죠. 후미진 곳 심을 땐 손수레에 모판 싣고 논길 뛰어다녀야죠. 빼낸 부직포 돌아다니며 주워 포대자루에 넣어야죠.

논둑서 미끄러지고 난리 피고...올라오는 길 모심은 논 벌써 물에 잠겨고..

사실 이런 일이 좀 바쁘게 돌아가더라도 날씨만 좋으면 그럭저럭 할 수 있습니다. 다음 날 온몸이 뻐근해도 말이죠. 그런데 비가 오면 엉망이 됩니다. 그날 논둑 뛰어다니다가 몇 번이나 미끄러져 논에 빠지고 머리가 쭈뼛해지며 등골이 오싹했는지 모릅니다. 간신히 중심잡다가 허리가 휘청하기도 하고 난리가 아니었습니다.

비가 오니 모를 다 심고 다른 쪽 논으로 이앙기를 옮겨야 하는데 길이 미끄러워 턱이 진 논둑길을 나올수가 있어야죠. 어른 몇 명이서 밀고 당기고 별 짓을 다하다가 경운기로 끌어도 보고... 그러다 견인하던 줄 끊어지고 결국 트랙터 와서 끌어내고...

그날 동네 아저씨가 논에 와서 말씀하시는데, 중부지방 최대 90mm까지 비 온다고 일기예보에서 그랬다는군요. 천둥 번개 동반해서 말이지요. 그 전날 일기예보만 믿고 있다가 낭패 보게 됐네요. 오후부터 온다더니 오전부터 세차게 내리고 말이지요.

모내기를 마치고 집에 들어와 뜨거운 물에 씼고 나니 온몸에 피로가 스르르 몰려오더군요. 몸이 으실으실 추운게 컨디션도 안좋구요. 모내기 하는 날 단 하루뿐인데 하늘이 이렇게 안 도와주시나? 뉴스 들으니 중부 일부지방에는 호우주의보까지 내렸더군요.

오후 들어 성남으로 올라오는데 비가 정말 많이 내리더군요. 몇몇 논은 벌써 물이 모를 덮어버렸구요. 심은 지 하루밖에 안된 모, 아직 뿌리를 내리지 못해 이렇게 되면 심은 모가 둥둥 떠버려서 손으로 모를 다시 심어야하는 수도 있습니다. 물이 뒤덮으면 병충해에 걸릴 수도 있구요, 여러모로 올 모내기는 처음부터 순탄하지가 않네요. 모 굉장히 잘 키웠다고, 동네에서 이런 모 없다고 아버지 무척 좋아하시더니만...

여하튼 올해 모내기는 잊을 수 없을겁니다. 그 어느해보다도 말이지요.

우중에 모내기 하고 오신 분 또 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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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당진을 지나오는데 폭우로 모를 심은 논이 잠겨있었다. 안타까운 마음이 앞섰다.  그날 당진은 90미리 비가 왔다고 한다. 내 고향 서산과는 차로 불과 10~20분 거리인데...(18일 충남 당진 일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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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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