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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접 살림을 시작한 우리 동네 풍경 ⓒ 윤태

나는 집을 재산의 척도로 여겨본적이 없다. 그냥 우리 가족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게 좋았다. 2900만원짜리 전세로 신접살림을 시작해 두번의 이사를 거쳐 좀더 나은 환경으로 그동안 옮겨왔다.

그때마다 시골 부모님께서 많이 도와주셨다. 소 팔고 마늘 팔아 보태주시고 은행 융자는 이자가 두려워 지인들을 통해 전세자금을 끌어모아 좀더 나은 환경으로 발전했다. 처음 절벽수준의 비탈길에서 지금은 꿈에도 그리던 평지로 옮기게 됐다. 비록 열다섯평 빌라이긴 하지만 평지라서 좋았다.

집을 산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현재 살고 있는 평지의 전세집에 만족해왔고 또다른 집으로 옮길 생각도, 더 이상 나은 환경으로 옮겨갈 능력이나 처지가 안됐다. 그저 그렇게 남들 사는대로 평범하게 거주 생활을 해왔다.

그런데 오늘(22일) 집주인으로부터 날벼락 같은 소식이 날아왔다. 올 4초에 전세계약이 만료되는데 500만원을 올려달라는 것이다. 부리나케 부동산을 찾았다. 혹시 지금 전세금을 빼서 비슷한 수준의 집을 얻을수 있을까 해서였다.

결과는 절망이었다. 지금 살고 있는 성남 00동 일대가 여름부터 재개발에 들어가면서 그곳에서 나온 사람들이 매매를 비롯한 전세집을 구하느라 전세 물량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몇몇 부동산에 따르면 전세 물건이 나오더라도 하루를 못넘기고 바로 계약이 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재개발 여파로 집 구하는 사람이 많아져 전세값도 껑충 뛰고 있다는 것이다.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다. 이사를 갈 상황도 안되고 올려달라는 전세금을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한달 벌어 한달 근근이 살아가는 월급쟁이에게 500만원이라는 돈은 결코 적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4월 초에 둘째까지 태어나는데 그런 상황에서 이사를 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큰 무리수 인 것 같았다.

천상 전세금을 올려줄 수 밖에 없는 일이다. 집 주인에게 사정이야기를 했는데 집 주인 또한 사정이 여의치 않은 모양이다. 집주인도 서울에서 아파트 전세를 살고 있는데 아파트 주인이 2천만원을 올려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우리한테도 5백만원을 올려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어찌 생각해보면 5백만원 올려달라는 요구가 다행스러운지도 모르겠다. 그 이상 올려달라고 하면 더 곤란해지지 않는가. 이런 경우를 불행중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그러나 역시 우리 가족에게 있어서는 ‘불행 중 다행’이라기 보다는 ‘불행’에 더 가깝게 느껴지는 것 같다.

세번의 이사를 하면서 7년째 전세를 살면서 전세금 인상(2년 계약했는데 지난해 말 집주인이 갑자기 바뀌면서 인상하는 것임)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니 당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아무리 작고 초라해도 내 명의로 된 내 집이 있어야 한다는 말, 지금 내게 있어 참으로 절실하게 느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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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접 살림 시작한 동네, 이렇게 심한 비탈이 있는 가운데 전세집을 골랐다. ⓒ 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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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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