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의 한 중국집에서 배달 일을 하는 박충식 씨(49·가명)는 왼쪽 팔이 조금 짧은 지체장애인이다. 10여 년 전 배달 일을 하다 사고로 다쳤다. 박씨는 불편한 왼쪽팔을 핸들에 의지한 채 열심히 배달을 하고 있다.

그러나 초등학교 4학년에 다니는 딸 지영(10·가명)이는 이런 모습의 아버지가 창피했다고 한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남들과 조금 다른 아버지의 모습을 친구들이 알게 될까 창피한 마음에 혼자 다니는 일도 많아졌다.

가을 운동회가 있던 올 9월의 어느 날, 친구들은 가족들과 모여 즐겁게 식사를 했지만 생계가 급한 탓에 지영이 부모는 운동회에 오지 못했다. 그때 정문 쪽에서 오토바이 소리가 들렸다. 미소를 지으며 달려온 사람은 다른 아닌 아빠 박씨였다. 모든 시선이 아빠 박씨에게 집중된 채 오토바이는 지영이 앞에 멈췄다.

"우리 공주님, 왜 아빠한테 오늘 운동회라고 알리지 않았어? 급하게 준비해 오느라고 오늘도 자장면이지 뭐니?"

순간 아이들은 양쪽 손이 다른 김씨를 이상하게 쳐다봤고 이러한 시선에 눌려 지영이는 이내 고개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이런 모습에 아빠 박씨도 무척 당황한 터였다.

"허허, 이런, 내가 나이를 먹다보니 배달을 잘못 왔구먼. 허허."

이 말과 함께 김씨는 힘없이 돌아섰다. 그때 교장선생님이 김씨를 불러 세웠다.

"지영이 아빠 맞죠? 아이구, 우리 학교의 말없는 천사분이에요."

교장 선생님의 말씀에 아이들은 모두 의아해하는 표정으로 김씨를 쳐다보았다.

"얘들아! 이분이 바로 집안이 어려워서 방학기간에 굶는 학생들을 위해 매년 무료로 자장면을 제공해주시는 분이란다. 고맙다고 인사해야지."

철없는 아이들은 그 뜻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른 채 싱거운 박수를 쳤다. 멋쩍어하던 아빠 박씨가 아이들을 향해 한마디 했다.

"허허, 보시다시피 제 손이 불편해서 속도를 낼 수가 없어요. 그래서 좀 불은 거라도 맛있게 먹어 줬으면 고맙겠어요."

그 순간 학부형과 아이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그제야 지영이는 울면서 아빠 품에 안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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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낙천적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야합니다.



이 글은 라디오에 올린 사연을 제가 취재해 동화형식으로 쓴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KBS 2TV <TV동화 행복한 세상>에서 에니메이션으로 만들어 방영되기도 했습니다. <어른들을 위한 사실동화 네번째>-이 이야기는 픽션이 아니기 때문에 사는이야기 코너에 올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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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태

에어쇼의 영광을 얻은 김대위..프로펠러에 새 들어가 전투기 추락


"김대위 축하하네. 벌써 500시간 무사고 비행이야."
"고맙습니다. 연대장님. 빨리 그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걱정 말게. 자네는 틀림없이 해 낼 수 있을 거야."

김 대위는 이번에 다섯 시간의 2만피트 고공비행을 무사히 마치면 내년 국군의 날 에어쇼에 참가할 자격이 주어졌다. 공군에게 있어 에어쇼는 꿈과 같은 일이었다. 그처럼 꿈에서 그리던 일이 현실로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연대장님, 에어쇼에 참가할 수만 있다면 죽어도 한이 없습니다."
"그 마음 누구보다 잘 알고 있네. 자 어서 준비하게."
"예."

태안반도 10월의 오전 하늘은 티없이 맑았다. 약간의 바다안개가 깔려 있었지만 상공으로 날아오르면 문제될 게 없었다. 김 대위의 F34 전투기가 가볍게 공중으로 솟았다. 

김 대위가 서남쪽으로 기수를 돌리려고 조종관을 작동하던 순간 ‘꿍’ 하는 충격이 느껴졌다. 철새 한 마리가 오른쪽 날개로 빨려 들어간 것이었다. 프로펠러는 멈춰 섰고 전투기는 한쪽으로 기울며 급하게 추락하고 있었다. 김 대위는 본부에 긴급하게 메시지를 띄웠다.

"본부 본부, 삼네 둘공 하나. 새 들었다!!"(철새가 전투기 날개로 빨려 들어갔다)
"비오비오, 하나 둘공 삼네, 엄브렐라 엄브렐라 꽂아라(낙하산으로 비상탈출 하라)


추락 전투기, 민가로 떨어지면 김대위는 살고 주민들은 죽는다

손마디 뼈가 으스러지면서 조정 레버를 놓지 않은 이유


비상 탈출 명령이 떨어졌지만 기수는 이미 태안 시내 주택가를 향해 중심을 잃고 돌진하고 있었다. 그러나 망설일 수도 없는 일이었다. 지금 탈출하지 않으면 전투기와 함께 산산조각이 나기 때문이었다. 둘 중 하나 결정을 내려야 하는 운명의 순간이었다.

김 대위는 그 사이 꿈을 꾸었다. 푸른 창공을 거침없이 나는 한 마리 독수리가 되는 꿈을. 그 뒤에는 여러 마리의 독수리가 지그재그로 날며 자신의 뒤를 따라 날며 공중묘기를 펼쳤다. 국군의 날 에어쇼 꿈을 꾼 것이다.

다시 정신을 차린 김 대위는 상향조정레버를 힘껏 당겼다. 그러나 동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레버가 말을 듣지 않았다. 박 대위는 이를 악물고 더 세계 잡아 당겼다. 손마디에서 ‘우지직’ 하는 소리가 났다. 손가락뼈가 으스러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온 세상이 빙글빙글 돌고 정신이 혼미해져 갔지만 김 대위는 끝가지 상향 레버를 놓지 않았다.

잠시 후 주택가 넘어 흰돌산 중턱 송전탑 밑에서 폭발음과 함께 한줄기 빛이 새어 나왔다. 눈이 부셔 도저히 쳐다볼 수 없는 강력한 빛이 끝없이 솟았다.

굉음에 놀란 주민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들은 알지 못했다. 손마디 뼈가 으스러지는 참으면서도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려는 김 대위의 필사적인 희생정신이 없었다면 그곳 주민들이 무사할 수 없었다는 것을.

김 대위는 마지막 그러나 아름다운 비행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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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목숨을 구해야하나 민가로 떨어지는 것을 막아야하나 고민하던 김대위는 결국 무고한 시민들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했습니다.


제 후배가 공군 대위인데 그 후배에게 들은 이야기를 토대로 동화적인 방법으로 다시 썼습니다.
에어쇼 도중 실제로 산화한 공군 장교가 있었습니다. 이 글을 빌어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어른들을 위한 사실동화 연재 세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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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책 베끼던 주인공의 땀방울이 책 위로 주루룩~~

태수는 대전에서 자취를 하며 대학에 다니는 학생입니다. 태수는 교수님이 내 준 리포트를 쓰기 위해 대전역 앞에 있는 큰 서점에 갔습니다. 관광학 원론이라는 과목이었는데 참고서를 들춰 보던 태수는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교수님이 알려 주신 제목을 살피고 나서 옮겨 적어야 할 내용이 너무 많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두시간은 옮겨 적어야겠는 걸.”

속으로 이렇게 생각한 태수는 그 자리에 쭈그리고 앉아 자료를 열심히 베끼기 시작했습니다. 털썩 앉아서 옮겨 적으면 좀 편했겠지만 그날따라 흰 바지를 입고 와서 그렇게 할 수 도 없었습니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온몸이 뻐근해지면서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게 됐고 이마에는 구슬 같은 땀방울이 맺혔습니다.

그 순간 일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참고서에서 잠시 눈을 떼고 쉬었다 다시 옮겨 적으려는 순간 볼펜이 손에서 떨어졌고 이를 주우려다가 몸이 흔들리는 바람에 땀방울이 책장 위에 떨어진 것입니다. 그것도 수십방울씩이나….

"어떡하지?”

당황한 태수는 누가 볼세라 얼른 소매로 책장의 땀방울을 닦았습니다. 그러나 워낙 많은 땀방울이 흘러 책장은 심하게 얼룩졌고 소매 단추에 걸려 작은 구멍까지 나고 말았습니다.

“아무도 못 봤을 거야. 얼른 나가야겠다….”

태수는 참고서를 덥고 일어서려고 했지만 이미 누군가가 내려다 보고 있었습니다. 서점 여직원이었습니다. 태수는 머리가 어지러웠습니다. 이 위기 상황을 어떻게 넘겨야 할지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주머니 속엔 백원짜리 동전 몇 개와 500원짜리 승차권 석장이 전부였습니다. 만오천원이나 하는 이 책을 점원이 사야 한다고 말하면 어쩌나 가슴이 콩당콩당 뛰었습니다.

책값 물어내라고 할판에 오히려 "앉아서 베끼시라?"

"많이 힘드시죠? 여기 앉아서 하세요."

그러면서 여점원은 파란색 간이 의자를 태수에게 건네 주었습니다. 빨갛게 상기된 얼굴을 못 들고 있던 태수는 여직원의 뜻밖에 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

짜증이 아닌 친절한 여직원의 배려에 태수는 우쭐우쭐 대답도 못하고 파란 의자를 받아들었습니다. 그리고 정신 없이 참고서 내용을옮겨 적었습니다.

그 날 저녁 태수는 서점에서 있었던 일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태수는 이 고마운 일을 낱낱이 적어 라디오 프로그램인 이소라의 밤의 디스크 쇼에 보냈습니다. 며칠 뒤 태수는 라디오에서 이소라씨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오늘은 대전시 서구 도마동에서 김태수씨가 사연을 주셨는데요,아주 따뜻한 사연입니다. 리포트 쓰기 위해 서점에 갔다가 땀이 너무 많이 나서…… 좋은 사연 보내 주신 김태수씨께 도서상품권 10매 보내드리겠습니다.”

일주일 후 태수 앞으로 도서상품권이 도착했습니다. 다음날 태수는 도서상품권 다섯장을 편지 봉투에 챙겨 넣고 대전역 앞 서점으로 갔습니다. 그 여점원을 만나기 위해서였습니다.

“저어, 아…안녕하세요? 혹시 저 기억하시겠어요?”

태수는 그 여직원을 대하기가 쑥스러워 말까지 더듬으며 간신히 말을 붙였습니다.

“네, 안녕하세요. 그 날 리포트는 잘 쓰셨나요? 양이 꽤 많았던 것 같은데….”
“네, 덕분에…. 그 날 정말 고마웠습니다.”
“뭘요.”

주인공 도와준 서점 여직원 알고보니....

여직원은 빙그레 웃으며 태수를 맞았습니다. 그러나 태수는 그 날 책장에 떨어지는 땀방울을 이 여직원이 보았는지 그것이 궁금했습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물어볼 수도 없었습니다. 여직원이 보지도 않았는데 괜히 나서서 긁어 부스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마음 속으로 찜찜한 것보다 차라리 솔직히 얘기하는 게 낫다고 태수는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혹시 그 날 책장에 땀 흘린 거 보셨나요? 소매로 닦다가 구멍까지 났는데….”

여직원은 대답 대신 웃음을 지어 보였습니다. 그리고는 책 몇 권을 들고 비어 있는 책꽂이가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그때까지 태수는 한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책을 꽂고 돌아온 여직원은 웃으며 태수에게 말을 했습니다.

“왜요? 그 책 사시려고요?”

그때 태수는 가방 속에서 도서상품권이 들어있는 편지 봉투를 꺼내 여직원에게 건넸습니다.

“너무 미안해서 이거 선물로 드리려고요.”
“아니예요, 태수씨 마음 다 아니까 안 그러셔도 돼요.”
“어떻게 제 이름을?”
“사실은 어제 밤 라디오에서 태수씨 사연 들었어요. 그거 듣고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그 후 태수는 서점에 갈 때마다 이 여직원을 만났습니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이 여직원은 태수와 동갑내기였습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대신 서점에 취직을 한 것입니다. 책 정리하면서 틈틈이 좋아하는 책을 읽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책장에 땀방울이 떨어지고 찢어지기까지 했는데 책 값을 물어내라는 말 대신 간이 의자까지 갖다주며 친절을 베풀었던 이유를 태수는 그제야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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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을 베푼 여점원 감사합니다. (그림은 구지 조대희님께서 그려주신 것임)






<어른들을  위한 사실동화> 두번째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태수는 다름 아닌 저고요 ^^  이소라의 밤의 디스크에 사연보내고 도서상품권 받은 것까지 사실입니다. 다만 끝부분 상품권 들고 서점 다시 찾아간 일과 여직원의 사정은 가공한 것입니다. 내용의 80% 이상은 제가 직접 경험한 일입니다. 이 이야기는 감동실화집 <연탄길4>에 제 실명을 주인공 이름으로 해서 실려 있습니다 ^^. 문화 창작코너가 아닌 사는이야기에 보낸 이유는 대부분 사실이기 때문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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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일까요? 사람일까요? 이 동상앞에 다가온 민지에게 어떤일이...



강남역에서 동상역할 하던 동필이에게 다가온 꼬마여자아이 알고보니..

동필이는 길거리에서 동상처럼 꼼짝 안하고 서 있는 일을 하고 있었다. 마네킹처럼 얼굴에 잔뜩 화장을 하고 사람들이 지나는 큰길가에 동상처럼 서 있다가 이따금씩 사람들을 놀래주고 시선을 끌기도 했다. 동필이는 주로 강남 역에서 통신회사의 휴대폰 판촉행사 때 동상역할을 하곤 했다.

간혹 동필이의 갑작스런 행동에 깜짝 놀란 사람들은 속았다며 한 대 때리고 가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럴수록 동필이는 마음이 흐뭇했다. 사람들이 깜짝 놀랄 수 있었던 것은 동필이 자신이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한 결과였기 때문이었다.

그날도 동필은 강남역 2번 출구 앞거리에서 동상처럼 서 있었다. 그때 다섯 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엄마와 함께 동필의의 앞을 지나가게 되었다.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한참을 살피던 꼬마아이는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이 동상 살아 있는거야? 움직이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글쎄, 돌로 만든 것 같기도 하고 마네킹 같기도 하고... 엄마도 잘 모르겠는데.”

엄마도 잘 모르겠다고 하자 꼬마는 동필의 모습을 자세히 실피기 시작했다. 팔을 만져보기도 하고 얼굴에 바람을 불어보기도 했다. 동필이는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양손을 머리위로 올려 하트 모양을 만든 다음 꼬마를 향해 ‘아이러브’ 라고 말할 참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꼬마아이가 엄마를 향해 외쳤다.

“엄마, 이 동상 아저씨, 아빠하고 비슷하게 생겼다. 여기 봐봐.”
“...”

엄마는 아이의 말에 대답이 없었다.

“엄마, 그런데 아빠 미국에서 언제와? 올 때 바비인형 사 오신다고 했잖아?”
“민지야, 아빠는 이다음에 민지가 이만큼 크면 그때 오실거야. 돈 많이 벌어서 바비 인형 큰 걸로 사다 주실 거야. 그때까지만 참자. 응?”
“아이, 엄마는 거짓말쟁이야. 맨날 맨날 아빠 온다고 해놓고는...앙앙!”

울고 있는 아이의 손을 잡아끄는 엄마의 눈이 햇빛에 반짝거렸다. 눈물이 흐른 것이었다. 동필이는 순간 민지라는 아이의 아빠가 돌아가셨다는 걸 눈치 챘다. 엄마의 손에 이끌려 돌아서는 민지의 눈물 서린 눈빛에 아빠와 바비 인형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 차 있는 걸 동필이는 역력히 느낄 수 있었다. 

돌아가신 아빠 대신 선물 건네 준 '동상'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났다. 동필은 그날도 어김없이 길거리에 서서 동상 역할을 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일주일전에 보았던 민지와 엄마가 그 앞을 지나가는 것이었다. 민지가 동필 이 앞으로 뛰어갔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동필이의 얼굴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엄마, 여기 와봐. 동상아저씨가 그대로 있네. 정말 동상인가 봐.”
“어... 그러네.”

엄마는 민지의 손을 급하게 끌며 서둘러 그 앞을 지나치려고 했다. 저번처럼 민지가 아빠 얘기를 할까 걱정이 됐기 때문이었다. 엄마가 민지의 손을 잡으려고 동상 앞에 다가서는 순간 동필이는 소매에서 무엇인가를 꺼내 민지 앞에 펼쳤다. 그리고는 그 자세로 꿈쩍도 안하는 것이었다. 여태껏 동상이라고 생각했던 민지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아이고, 깜짝이야. 동상 아저씨가 움직이네? 정말 이상하다. 그런데 이게 뭐지?”

동필이의 손에는 자그마한 바비 인형이 올려져 있었다.

“와! 바비 인형이네. 정말 갖고 싶었던 건데.”

민지가 인형을 집어 들려고 하는 순간 동상의 양 손이 머리위로 올라가더니 하트모양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마치 로봇이 하는 것 같은 말이 들려왔다.

“삐리삐리. 민지 안녕? 삐리삐리. 이건 아빠가 미국에서 보내는 선물이야. 삐리삐리. 바비 인형이야. 삐리삐리. 이 다음에 더 큰 바비 인형 사가지고 오신대. 삐리삐리.”

이 말이 끝나자마자 동필이는 양 팔을 내려 완벽한 동상 모습을 취했다.

“어? 동상아저씨가 말을 하네? 그런데 어떻게 제 이름을 아세요?”

그러나 동필이는 아무 대답도 없었다. 그리고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게 다시 동상이 돼 버린 것이었다.

동필이는 일주일전 민지와 엄마의 슬픈 대화를 듣고 바비 인형을 하나 준비했다. 동필이는언제 그 앞을 지날지 모르는 민지를 기다리며 일주일 동안 바비 인형을 소매 속에 넣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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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었습니다. 이 동상이 민지에게 준 선물의 의미는 뭘까요?




PS : 제 블로그 이름이 <새롬이 아빠 동화세상>인데요.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를 전부터 쓰고 싶었습니다. 아니 조금 썼었지요. 생활속에서 경험하게 되는 일상에 동화적인 요소를 넣어 감동 동화를 쓰려고 노력도 했었지요. 언젠가는 책으로 내고도 싶었구요. 하지만 결코 싶지 않더군요. 생활에 찌들어 살게되니...

위 이야기는 길거리에서 동상처럼 서서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모습을 직접 보고 사진으로 찍은 것입니다. 이것을 다시 동화적인 기법으로 제가 재구성한 것입니다. 한마디로 사실동화라고 할까요?사진이 있는 이유를 아시겠지요? 

다같이 동화나라로 가 보아요. 이 이야기 읽고 너무 울지는 마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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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부터 첫 출근하는 여동생, 술 마시는데..


“명희야, 오늘 시험 끝나면 술 많이 마시지 말고 너무 늦지마. 무슨 뜻인지 알지?”
“알았어. 전화할게. 우산이나 꺼내 줘.”
“내일 첫 출근이야. 명심해.”
“알았다니까. 최대한 빨리 들어올게.”

일요일 오전 영희는 외출하는 동생 명희에게 일찍 들어오라는 말을 몇 번이나 당부했습니
다. 성남 영희네 집에 살면서 방송통신대학에 다니는 동생 명희는 일요일인 오늘 기말시험
을 치릅니다. 일주일전에 새 직장을 구한 명희는 시험이 끝남과 동시에 월요일부터 첫 출근
을 하기로 했습니다.

언니 영희가 명희에게 당부한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워낙 완고한 성격의 친정아
버지 때문에 명희를 언니가 데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친정 아버지는, 어두워지면 명희가 집
에 들어와야 할 만큼 엄격한 분이시기에 직장이나 학교 생활에 어려움이 따르자 일부러 언
니네 집에 와서 생활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보, 11시 넘었는데 처제 왜 안 들어오지? 전화 한번 해봐.”
“그러게요. 일찍 들어오라고 그만큼 일렀는데.”

영희 남편도 걱정이 되었는지 안전부절 못했습니다.

늦게까지 안들어오고 미사리에 있다. 왜??

“여보세요. 너 지금 어디야? 왜 안 들어오는 거야?”
“응, 언니. 거의 끝나는 분위기야. 한 시간 내에 출발할 수 있을 것 같아.”
“너, 정말. 막차 끊기면 어떡하려고 그래? 지금 비도 오잖아.”
“알았어. 미안해 언니.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이라 ….”

영희는 속으로 걱정이 되었습니다. 영희네 집은 인적이 드문 골목길을 한참 걸어 들어와야
하는 외진 곳에 있었습니다. 대낮에도 사람과 마주치면 섬뜩할 정도로 무시한 골목이었습니
다. 그래서 너무 늦지 않게 들어오라고 했던 것입니다.

1시가 되었지만 명희는 전화 한 통 없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있는 명희를 방해하기 싫어
서 일부러 전화를 하지 않았던 것인데, 영희는 순간 화가 났습니다. 다시 전화를 걸었습니
다.

“야, 지지배야. 너 지금 뭐야. 몇 시인데 전화도 없이 어디서 뭐하고 있는 거야?”

영희는 전화기에 대고 다짜고짜 소리를 질렀습니다.

“언니. 여기 미사리 근처인데 차가 빠져서 지금 꼼짝도 못하고 있어.”

다급한 명희의 목소리 속에는 빗소리와 심한 자동차 엔진소음이 섞여 있었습니다.

“지금 무슨 소리야? 이 시간에 왜 미사리에 있어? 차는 왜 빠져? 음주 운전했니? 지금 누
구하고 있는 거야?”
“친구들하고 같이 있는데 그게….”
“몰라, 이것아, 출근 어떻게 하려고 그래? 니 알아서 해.”

영희는 소리를 버럭 지르며 전화를 끊어 버렸습니다. 속이 너무 상해 눈물까지 났습니다. 간
곡한 당부에도 늦은 시간에 미사리까지 놀러갔다가 그런 일을 당했다고 생각하니 영희는 화
가 나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었습니다.

흙탕물 쓰고 새벽에 들어온 여동생, 밤새 무슨일이??

영희는 뜬눈으로 밤을 지샜습니다. 아침 7시가 돼서야 명희가 들어왔습니다. 명희는 비에 흠
뻑 젖었고 게다가 흙탕물까지 뒤집어 쓴 모습이었습니다. 이런 명희의 모습을 보자마자 영
희는 눈물이 왈칵 솟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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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 지지배야. 너 정말 왜 그러니? 밤새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어?”
“미안해, 언니….”

명희는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습니다.

“너, 이러다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나는 어떻게 살라고 그래?”

영희는 명희를 붙들고 기어이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습니다. 명희도 그 자리에 주저 앉아 목
놓아 울었습니다. 흙탕물 범벅이 되어 현관 밖에 서 있던 명희 친구들은 집에 들어오지도
못하고 발길을 돌렸습니다. 명희는 친구들이 얼굴에 묻은 흙이라도 씻고 갔으면 했지만 들
어오라는 말조차 꺼내지 못했던 것입니다.

명희는 그동안 마음 터놓고 지낸 언니한테 심한 꾸중을 들은 것이 너무나 속상해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습니다. 또 친구들을 그렇게 보내야 했던 안타까움에 눈물이 났습니다. 언니 영
희는 동생이 속상해 하며 우는 모습에 마음이 상해 울었습니다. 한참을 울고 난 영희는 명
희에게 말을 건넸습니다.

“명희야, 얼른 씻고 출근 준비해. 너 그래 가지고 출근할 수 있겠니?”


언니줄 떡볶이 사려다가 그만...

 

영희의 마음이 조금 누그러졌습니다. 명희한테 너무 심하게 대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
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영희는 명희의 젖은 물건을 말리기 위해 가방을 열었습니다. 그때 검
은 비닐봉지 속의 물컹한 것이 손에 잡혔습니다. 떡볶이었습니다. 순간 영희는 울컥했습니
다. 떡볶이는 영희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으로 늘 입에 달고 다닐 정도였습니다. 명희가 술자
리를 파하고 나오면서 언니 주려고 사 넣었던 것입니다.

일찍 퇴근한 영희는 명희의 흙투성이 신발을 빨았습니다. 너무나 미안한 마음이 들었기 때
문이었습니다. 명희는 그날 밤 심한 감기몸살에 열병을 앓았습니다. 옆에서 영희가 명희를
다독였습니다.

“명희야, 다음에 그 친구들 집으로 데려와. 그땐 잘 해 줄게.”
“…”

명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베개에 눈물만 떨궜습니다.

이틀 후 영희는 그 날 밤 일을 다 알게 되었습니다. 술자리를 끝낸 후 친구의 차를 타고 나
오던 명희는 길 맞은 편에 있는 떡볶이 가게를 보고 차머리를 돌렸습니다. 떡볶이를 사고
유턴을 하기 위해 도로를 따라 갔지만 유턴할 곳은 없었고 성남, 구리 방면 이정표를 보고
그대로 달렸습니다. 그러나 초행길인 그 친구는 성남으로 나가는 길을 이미 지나쳐 버렸고
결국 미사리 근처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헤매던 중 이들은 밤길을 혼자 가는 한 할아버지를 집까지 모셔다 드리고 나오던 중
비에 젖은 좁은 논길에 한쪽 바퀴가 빠졌습니다. 그 시간에는 견인차도 오려고 하지 않았습
니다. 결국 길가에 빠진 차와 씨름하다 날이 샜고 아침이 돼서야 견인차의 도움을 받아 성
남 집까지 올 수 있었던 것입니다.


P.S  : 감동있게 읽으셨나요? 이 이야기는 몇년 전 처제와 아내에게 있었던 사실에 대화체를 넣어 동화형식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그래서 나의 감동적 사실동화 폴더에 있는 것입니다 ^^  형제간의 우애를 엿볼수 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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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태

15. 엄마 죄송해요

초등학교 3학년인 광민이는 학교가 파한 후 논에서 부모님과 함께 벼를 베고 있었다. 오전에 학교에서 수복이, 기철이와 함께 소탐산으로 상수리를 주우러 가기로 약속했는데 광민이는 부모님께 꼼짝없이 붙들려 논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논머리 큰길가에 수복이와 기철이가 쌀포대를 메고 소탐산쪽으로 가는 모습이 보였다. 두 녀석은 광민을 향해 펄쩍 펄쩍 뛰면서 손짓을 하다가 쌀포대를 빙빙 돌려보기도 했지만 광민이는 낫질을 계속 해야만 했다. 두 친구들이 그럴수록 한 발짝도 꿈쩍 못하는 광민이는 속만 새카맣게 타들어 갈 뿐이었다.


“광민아, 뭐하냐? 또 논에 있냐? 야, 상수리 털러 가야지?"


멀리서 수복이와 기철이가 소리를 질러댔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같이 가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눈물까지 났다. 용돈을 벌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쳐야 한다는 생각에 광민이는 절망에 빠졌다. 1킬로에 3백원이나 하는 상수리를 셋이서 주우면 50킬로는 거뜬한데 이렇게 매여 있으니 정말 답답한 노릇이었다.


그때 광민이는 꾀를 생각해냈다. 다리에 살짝 상처를 내고 아프다는 핑계로 집에 들어가 있는 척 하다가 몰래 수복이와 기철이를 따라가는 것이었다. 어려서부터 시골에서 험하게 자라온 광민에게 있어 그깟 상처는 대수롭지 않은 것이었다. 마음을 굳게 다진 광민이는 벼 포기 앞으로 다리를 바짝 대고 눈을 감은 채 낫으로 살짝 그었다.


“아야.”


뜨끈한 피가 주루룩 흘렀다. 옆에서 벼를 베던 엄마가 기겁을 하며 달려왔다.


“광민아, 왜그러니? 낫으로 베었냐?”

“아, 아파, 아야.”


광민이는 엄살을 떨었다. 엄마는 상처 난 곳의 피를 입으로 빨기 시작했다.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광민이는 너무 죄송했지만 친구들과 상수리를 주우러 가고싶은 마음이 앞서 있었다.


“아이구, 쇳독 오르면 안 되는데, 광민아 잠깐만 여기 누워 있어.”


엄마는 둑에 가서 쑥을 한 움큼 뜯어왔다. 낫 머리를 이용해 넙적 돌에 쑥을 올려놓고 찧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상처에 철썩 붙였다. 그러나 샘물처럼 솟는 피는 멎지 않았다. 그때 논머리에 있던 아버지가 달려왔다.


“야, 어쩌다 그랬냐? 집에 가서 아주까리기름 바르면 금방 멎어. 얼른 가.”


순간 광민이는 귀가 번쩍 띄었다. 추석 연휴에도 논에 붙잡아 놓는 아버지께서 집에 가라는 말씀을 하시다니..... 광민이는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광민이는 집 쪽을 향해 돌아서면서 다리를 크게 저는 시늉을 했다. 그리고는 “아야.”를 연발했다.


“광민아, 안되겠다. 걸어가다가 상처 난데 피 몰리면 안 돼. 엄마한테 업혀라.”

“괜찮은데...”


광민이는 마지못해 엄마 등에 업혔다. 등에서 엄마 냄새가 났다. 너무나 포근했다. 엄마의 냄새가 좋긴 했지만 너무 미안했다. 지난여름에 외양간에서 소똥을 치우던 엄마가 황소 뒷발에 채인 이후 몸이 좋지 않다는 걸 광민이는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의사말로는 갈비뼈에 약간 금이 가서 계속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지만 바쁜 농촌일 때문에 변변한 치료한번 받지 못한 터였다.


명철이네 집 앞마당을 지나자 외양간에 가려 논에 계신 아버지가 보이지 않았다. 광민이는 양심 때문에 더 이상 엄마 등에 업혀 있을 수가 없었다.


“엄마, 이제 내려 줘. 나 혼자 걸어갈 수 있어.”

“그래. 들어가서 약 발라. 부엌 두 번째 선반 위에 사과 있으니까 배고프면 꺼내먹고.”


엄마가 돌아서서 명철이네 외양간을 지나가자 광민이는 검정 고무신을 벗어들고 집을 향해 뛰었다. 마음 한켠이 찜찜하면서도 상수리를 주우러 갈 수 있다는 생각에 날아갈 듯 기뻤다. 상처의 쓰라림은 느껴지지도 않았고, 사실 안중에도 없었다.


“야호, 이젠 자유다.”


집에 들어온 광민이는 아주까리기름을 바르고 헌 메리야스를 찢어 상처 난 다리를 동여매었다. 부엌 두 번째 선반 위에서 사과를 한 개 집어 옷에 쓱 문지르고는 덥석 베어 물었다. 그렇게 달콤할 수가 없었다.


사과를 먹고 난 광민이는 쌀포대를 챙겨 서둘러 집을 나섰다. 엄마 아버지한테 들키지 않으려고 꽤 멀리 돌아 소탐산쪽으로 향했다. 참나무가 많이 모여 있는 산 중턱 평지에 도착했을 땐 아무도 없었다.


“수복아, 기철아 어디 있냐?”

“수복아 아, 기철아 아 어디 있냐 아아아.”


그러나 메아리만 되돌아올 뿐이었다. 참나무 밑에는 상수리 껍질만 수북이 쌓여있었다.


“와, 녀석들 벌써 상수리 다 털고 갔네.”


한 발 늦은 것 같았다. 광민이는 시무룩해진 표정으로 너털너털 산을 내려왔다. 내려오면서 광민이는 산길에 떨어진 알밤을 몇 개 주웠다. 욕심이 난 광민이는 돌을 던져 밤 몇 알을 더 땄다. 상수리 대신 쌀포대에 밤이라도 주워 담아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고개를 내려오니 뒷골 논에서 벼 베는 부모님 모습이 조그맣게 보였다. 아버지는 여전히 허리를 구부리고 낫질을 하고 있었고 엄마는 논둑에 두 다리를 펴고 앉아 주먹으로 무릎을 톡톡 치고 있었다. 서서 낫질을 하다보니 관절염이 도진 모양이었다.


광민이는 고민에 빠졌다. 멀리 돌아서 집으로 들어가야 할지, 다시 논으로 가야할지 선뜻 결정을 할 수가 없었다. 그 순간 조금 전 일이 떠올랐다. 쇳독을 없애야 한다며 입으로 생채기를 빨아내던 엄마, 엎어주면서 찬장에 사과 꺼내먹으라고 말씀하시던 엄마. 또 밤마다 끙끙 앓는 소리를 하시는 아버지 모습도 떠올랐다.


광민이는 몇 알 안 되는 밤이 담긴 쌀포대를 빙빙 돌리며 순식간에 엄마한테로 달려갔다.


“야, 광민아. 너 다리는 어쩌고 논에 왔냐?”

“응, 아주까리기름 발랐더니 금방 낫네. 헤헤. 엄마 내가 밤 주워왔다. 먹어볼래?”

“녀석도 참...”


광민이는 엄마의 낫을 얼른 뺏어들고 밤 속껍데기를 벗겼다. 아직 물기가 마르지 않은 밤은 술술 잘도 까졌다. 광민이는 뽀얗게 벗겨낸 밤알에 군데군데 묻어있는 속껍질을 바지에 대고 쓱쓱 대충 털어 내고는 엄마 입속에 넣었다.


“오도독~ 오도독~ 야, 밤 참 잘 영글었다.”


엄마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광민이도 알밤을 먹고 싶은 마음에 침이 넘어갔지만 참았다. 엄마가 한 알을 다 드시기 전에 또 한 알을 까야만 했다. 알밤을 드시는 동안, 잠깐만이라도 엄마를 쉬게 하고 싶었다. 그렇게 해야만 자신의 잘못된 행동 그 미안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해가 뉘엿뉘엿하면서 서쪽에 노을이 깔리기 시작했다. 소슬바람이 살랑이면서 황금 들판을 더욱 더 진한 황갈색으로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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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돌아온 누런둥이


1년 전, 토종 진돗개 종류인 누런둥이는 시골 영미 할머니네 집에서 무녀리(맨 먼저 태어나 몸집이 유난히 작고 허약함)로 태어났다. 어미는 누런둥이를 비롯해 4마리의 새끼를 낳다가 그만 죽고 말았다. 할머니는 새끼들에게 어미 젖 대신 유통기한이 지난 분유를 먹였다. 그러나 누런둥이는 몸집이 작은 무녀리라서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울에 사는 영미가 할머니 댁에 놀러갔다 누런둥이를 서울로 데려오게 되었다.


“아이고 녀석, 누릇누릇한 게 정말 귀엽네. 이제부터 네 이름은 누런둥이야. 알았지?”


태어나자마자 불가피하게 어미에게 버림받은 누런둥이는 상냥한 영미의 말에 안심을 하는 듯 보였다. 서울에서의 행복한 삶을 꿈꾸며 누런둥이도, 영미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상경한 누런둥이는 아파트에서 어려움 없이 지냈다. 유통기한이 지난 분유 따위를 먹을 필요도 없었다. 기름진 음식에, 또 영미가 워낙 잘 돌봐주는 탓에 누런둥이의 몸은 튼튼해졌다.


그러나 그게 문제였다. 누런둥이의 몸이 그렇게까지 불어날 줄 영미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3개월 만에 누런둥이는 너무 많이 커버렸다. 그러자 식구들이 누런둥이를 꺼리기 시작했다. 안아주기는커녕 누런둥이가 다가서려고 하면 밀쳐내기 일쑤였다.


“누런둥아, 어떡하니? 너 이제 어디로 가니? 흑흑.”

“...”


영미의 말을 알아들을 리 없는 누런둥이는 가련하게 내려다보는 영미를 향해 낑낑거리기만 했다.  영미도 누런둥이를 어딘가에 보내야 한다는 생각은 한번도 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현실은 누런둥이가 아파트에는 더 이상 살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한참을 고민하던 영미는 누런둥이를 신정동 회사 건물 옥상으로 데리고 갔다. 그리고는 출입문 왼쪽에 묶어 두었다.


“누런둥아, 이제 아무 걱정하지 마. 여기는 넓어서 네가 사는데 아무 문제없을 거야.”


영미는 누런둥이를 내려놓으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나 누런둥이는 또다시 버려진다는 사실을 눈치 챘는지 한동안 물끄러미 영미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누런둥이는 이 암담한 현실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누런둥이 눈에 비친 건물 옥상은 굉장히 넓었지만 아파트에서처럼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가 없었다. 줄에 매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누런둥이는 속으로 이렇게 외쳤다.


“영미님, 저 뛰어다니고 싶어요.”


낑낑거리는 누런둥이를 향해 영미는 슬픈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누런둥아, 미안하지만 그렇게는 안 돼. 사람들이 널 무서워한단 말야‘”


누런둥이의 옥상생활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건물 옥상에는 컨테이너 박스를 이용해 만든 식당이 하나 있었다. 가방을 봉제하는 이 회사는 회사 근처에 마땅히 식사할 데가 없어 옥상에 직원 식당을 만들어 놓았다. 덕분에 누런둥이는 굶지 않고 옥상에서 살아갈 수 있었다. 그러나 누런둥이에 대한 영미의 관심은 점차 식어갔다. 처음에 귀여운 모습을 보고 데려왔지만 지금은 그런 모습이 모두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대신 영미의 직장 동료인 은실이가 누런둥이의 밥을 끼니때마다 챙겨주었다.


“아이고 가엾은 누런둥이.”


은실이는 누런둥이를 감싸 안으며 머리를 쓰다듬었지만 누런둥이는 은실이를 믿지 않는 표정이었다. 은실이도 언젠가는 영미처럼 자신을 버릴 것이라고 누런둥이는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은실은 진심으로 누런둥이를 대했다. 추운 날엔 엄마 몰래 내복을 꺼내와 누런둥이에게 입혀주기까지 했다. 소매를 조금 자르고 머리 들어가는 구멍을 넓혀 누런둥이의 몸에 맞게 옷을 만들었다. 은실이는 옷이 벗겨지는 것을 막기 위해 옷핀을 끼우는 등 세심한 것까지 잊지 않았다.


이러한 정성에도 불구하고 누런둥이의 옥상 생활은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 이 회사 남자 직원들이 누런둥이를 이유 없이 괴롭혔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장난으로 괴롭혔지만 날이 갈수록 그 정도가 심해졌다. 남자 직원들은 발길질을 하거나 막대기를 이용해 누런둥이를 때렸다. 또 어떨 때는 누런둥이를 골대처럼 생각하고 축구공을 날리기도 했다. 이럴수록 누런둥이는 그 사람들을 향해 더욱 더 큰소리로 짖어댔다.


“멍멍멍! 멍멍 멍 멍 멍.”

“이놈의 개가 미쳤나?”

“멍멍멍! 으르렁 멍!”


누런둥이는 으르렁대며 남자 직원들을 경계했다.


“야, 저거 짖는 것 좀봐. 너 한번 맞아 볼래?”

“깨갱 깨갱”

“한번만 더 대들면 그땐 정말 각오해.”


가방 끈으로 사용하는 인조가죽에 매질을 당한 누런둥이는 서러움에 눈물이 났다. 1미터도 안 되는 줄에 매여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하나 한탄을 하는 것 같았다.


그 후로도 누런둥이와 남자 직원들 간의 싸움은 끊이지 않았다. 직원들만 보면 누런둥이는 으르렁댔고, 그럴수록 직원들은 더 심하게 괴롭혔다. 게다가 더욱더 커 가는 몸집과 무섭게 생긴 얼굴이 사람들로 하여금 누런둥이를 피하게 만들었다. 외모 때문에 이유 없이 사람들로부터 미움을 샀던 것이다.


그러나 은실이 만큼은 누런둥이를 아껴주었다. 집에 있는 애완견 강돌이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누런둥이의 성격은 사나워져 갔지만 유독 은실이 한테 만큼은 꼬리를 흔들며 착하게 굴었다. 괴롭히는 사람들에 대한 미움이 커져가는 만큼 은실에 대한 사랑은 더 깊어갔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은실이는 누런둥이를 집으로 데려가기로 결심했다. 옥상에 두었다가는 누런둥이가 스트레스 때문에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은실이는 그동안 누런둥이와 정이 많이 들었던 터였다.


그러나 은실네 집에 와서도 누런둥이는 크게 환영받지 못했다. 강돌이와 자주 싸웠고 그때마다 덩치 큰 누런둥이만 혼나기 일쑤였다. 은실이는 누런둥이의 아픔을 알고 있었지만 은실이 아버지는 오랫동안 같이 살아온 강돌이만 귀여워했다. 오늘 아침에도 둘이 싸우다가 은실 아버지한테 누런둥이만 혼났고 이 때문에 또다시 강돌이와 다툼이 벌어진 것이었다.


그렇게 일년이 지났다. 밥 줄 때만 제외하고는 누런둥이와 강돌이는 사이좋게 지냈다. 누런둥이를 바라보는 은실이 아버지의 마음도 많이 누그러졌다. 그러나 이번에는 은실이 엄마가 누런둥이를 싫어했다. 앞마당에 묶어 놓은 누런둥이 때문에 털이 날려 불편했기 때문이었다.


그날 밤 은실이 아버지와 엄마는 누런둥이 문제로 심하게 말다툼을 했다. 결론은 은실이 몰래 누런둥이를 팔기로 했다. 대신, 은실이한테는 누런둥이의 목사리에 풀려 도망갔다거나 누가 훔쳐간 것처럼 거짓말을 하기로 했다.


다음날 저녁 퇴근해 들어온 은실은 깜짝 놀랐다. 꼬리를 흔들며 벙실벙실 웃고 있어야 할 누런둥이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빠, 아빠, 누런둥이 어딨어요?”


은실이는 숨이 넘어가는 듯한 급한 목소리로 아빠에게 물었다.


“나도 들어와보니까 누런둥이 목사리가 풀어져있고, 없어졌더구나. 도망간 건지 누가 끌고 갔는지... 나 원 참. 세상에 별일이...”


아버지는 말끝을 흐리며 혀를 찼다. 옆에 있던 엄마도 한마디 거들었다.


“여보, 아침에 나갈 때 대문을 제대로 안 닫고 나간 거 같더라고요. 그런데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골목인데 설마 누가 끌고 갔으려구요?”


은실이는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그러나 무작정 누런둥이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대문이 열리는 바람에 누런둥이는 넓은 세상을 향해 잠시 바람 쐬러 간 것이고 곧 돌아올 것이라고 은실이는 믿었다. 불길한 생각은 아예 하기도 싫었다.


그날 밤 늦게 누런둥이는 정말 돌아왔다. 한 밤중 대문을 닥닥 긁는 소리에 깬 식구들은 누런둥이의 모습에 놀랐다. 머리와 입은 피투성이에다 다리도 여기저기 찢긴 모습으로 누런둥이는 절뚝거리며 은실네 집으로 돌아왔던 것이다. 개를 가두는 철망의 벌어진 틈 사이를 머리로 벌리고 입으로 물어뜯고, 다리가 걸려 찢어지는 고통을 참으며 탈출했던 것이었다.


누런둥이를 부둥켜안고 우는 은실이를 보면서 은실이 부모님은 후회했다.


“은실아, 누런둥이가 돌아와서 정말 다행이다. 앞으로 잘 보살피자꾸나.” 


부모님은 그제야 비로소 누런둥이를 가족으로 받아들기로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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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시어머니를 생각하는 아내


병수 어머니는 요즘 화투에 푹 빠져 있었다. 낮에는 농사일을 하고 밤에는 마을회관에서 늦게까지 화투를 치곤했다. 마을 회관에서 돌아와서도 병수 어머니는 화투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올해 65세인 병수 어머니는 화투를 치면 치매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둘째딸의 말을 듣고 나서부터 화투를 배우기 시작했다. 꼬박 1년을 넘기고서야 화투 치는 요령을 간신히 터득하게 된 것이다.


초등학교도 못 나오고 어깨 너머로 간신히 한글만 깨우친 병수 어머니한테 넉 장의 비슷한 그림을 찾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고, 특히 점수 따지는 일은 곤혹이 아닐 수 없었다. 그날도 병수 어머니는 마을회관에서 동네 아주머니들과 함께 화투를 치고 있었다.


“이게 어떻게해서 5점이 되는 겨?”

“청단 3점하고 피가 열 한 장이니까 2점. 합이 5점.”

“저거 붉은 띠 있는 거 석장은 홍단 아닌감?”

“홍단은 2장뿐이구먼. 한 장은 초단이여 병수 엄마.”

“그래도 붉은 띠가 석장이면 1점 줘야 하는 거 아닌감?”

“아이구, 병수 엄마, 띠 다섯 장부터 1점 주는 거야. 여태껏 뭐 봤대 그래.”

“...”


병수 어머니는 젊은 아주머니들의 면박에 움찔했지만 그래도 물러서지 않았다. 처음에는 치매예방 때문에 화투를 배웠지만 이제는 자존심 싸움이었다. 언젠가는 젊은 동네 아주머니들을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어떤 수모를 당하더라도 꼭 참고 1년 동안 끈질기게 배워온 것이었다.


물론 집에 병수 아버지가 계시긴 했지만 장난이라도 절대 화투장을 잡지 않겠다는 신념 때문에 병수 어머니는 늘 혼자서 화투를 해야 했다. 혼자 패를 돌리고 1인 3역을 해가며 화투를 했지만 병수 어머니는 즐겁기만 했다. 병수 아버지는 이런 아내를 보며 겉으론 혀를 찼지만 속으론 뿌듯해했다. 느지막하게나마 지루한 일상에서 취미를 찾았기 때문이었다.


“오늘은 그만좀 하지. 잠자게 불 좀 꺼.”

“좀 배우려고 하는데 왜 자꾸 그라요? 상대해주지도 않으면서...”

“아이구, 할매야. 거 졸리지도 않아?”

“정히 졸리면 저 쪽방 가서 먼저 주무시구랴. 나는 더 있다 잘 테니.”

“정말 못 말리는 할매야.”


사실 병수 어머니는 며칠 전부터 흥이 나 있었다. 모레가 병수 어머니 생신인데 도회지에 있는 아들, 딸, 사위, 며느리가 모두 내려오기 때문이었다. 눈치 볼 것 없이 자식들과 화투를 실컷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병수 어머니는 벌써부터 설레고 있는 것이다. 그날을 위해 밤 늦게까지 혼자 화투 연습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생신 전날 안산에서 내려온 둘째딸이 물었다.


“엄마, 화투가 그렇게 좋아? 우리 엄마 화투 없었으면 어쩔 뻔했어?”

“이것아, 잔소리 그만하고 담요나 깔어.”

“알았어. 엄마 오늘은 딱 열 번만 돌리는 거야?”

“잔소리 그만하고 담요나 깔라니까.”


병수 어머니는 마음이 급했는지 담요가 깔리기도 전에 방바닥에 패를 늘어놓았다. 두시간쯤 지났을까. 화투는 벌써 스무 판을 넘고 있었다. 딸들은 일찌감치 떨어져나갔다. 그러나 어머니의 눈은 말똥말똥했다. 그러잖아도 낮 동안 생신상 음식 차리고 부엌일 하느라 피곤에 지친 딸, 며느리들이었다. 


어느덧 큰며느리도 슬그머니 들어가 버렸다. 남은 건 막내며느리인 병수 아내뿐이었다. 이런 와중에도 병수 어머니는 화투를 그만 하자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렇다고 며느리인 병수 아내가 먼저 그만 하자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새벽 2시가 되어 ‘딱 딱’ 소리에 잠이 깬 병수는 그때까지 어머니와 함께 화투판을 벌이고 있는 아내가 안타까웠다. 병수는 한 판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화장실에 숨어 아내한테 들어오라는 손짓을 했다. 아내는 화장실에 가야한다고 어머니께 말하고 병수가 있는 화장실로 들어갔다.


“내가 어머니께 말씀 드려줄까?”

“아냐, 신경 쓰지마. 얼른 들어가서 자.”

“내일은 김치도 담가야 하고 모레는 출근도 해야 할 텐데 피곤하지 않아?”

“나야 오늘밤만 피곤하면 되지만 어머니는 내일부터 계속 심심해하실 거잖아. 그거 생각하면 오늘 밤새 해도 부족해.”

“....”

“그리고 나 피곤한 거 어머니 다 아시면서도 아무말씀 못하시잖아. 그 마음 헤아려봤어?”

“...”


병수는 아내의 말에 아무 대꾸도 못하고 있었다. 그러자 아내가 말을 이었다.


“잠시 동안의 내 고통이 어머니께 커다란 기쁨이 된다는 거 생각하면 나도 기뻐. 비록 몸은 피곤하지만”

“....”


병수는 아내를 향해 얼굴을 들 수 없었다. 자식인 병수보다 며느리인 아내가 어머니의 마음을 속 깊게 헤아리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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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할머니, 붕어잡아 왔는데...


건강하던 민식이 할머니의 건강이 갑자기 나빠졌다. 얼굴이 누렇게 변하는 황달병에 걸린 것이다. 할머니는 얼굴뿐만 아니라 어느덧 눈동자까지 노랗게 되었다.


민식이 아버지는 물론 형 민철과 동생 민호도 할머니 때문에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할머니께서 끔찍이도 손자들을 귀여워하셨기에 손자들은 할머니가 잘못 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


그때 옆집에 살고 계신 나이 많이 드신 할머니께서 묘한 방법을 가르쳐주셨다. 오랜 세월을 살아오신 옆집 할머니께서 민간요법을 가르쳐 주신 것이다. 일종의 미신이었다.


“붕어하고 눈 마주치고 있으면 황달병이 붕어한테 옮아가.”

“할머니, 그게 정말이예요?”


민철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옆집 할머니를 쳐다보았다. 순간 민철이의 눈이 빛났다. 이제 초등학교 6학년인 민철이에게 있어 옆집 할머니의 황달병 민간치료법은 실낱같은 희망이었다.


“민식아, 얼른 그물 챙겨. 민호는 외양간 가서 물 양동이 가져오고.” 

“알았어 형.”


초등학교 5학년, 3학년인 민식과 민호는 붕어를 잡아오면 할머니의 황달병이 나을 수 있다는 희망에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아프기 전 벙실벙실 웃으며 손자들을 다독거렸던 할머니의 모습을 떠올리며 3형제는 가슴이 벅차오름을 느꼈다.


3형제는 칼바람을 맞으며 냇가로 향했다. 상짓말 냇가 물은 군데군데 얼어 있었다. 먼저 큰형인 민철이가 양말을 벗고 냇가에 발을 담갔다. 곧이어 동생 민식이도 형의 뒤를 따랐다.


“아야, 차가워. 형, 발 너무 시려워.”

“조금만 참아. 큰놈으로 대여섯 마리만 잡자. 민호 너는 물에 들어오지 마. 냇가 둑 따라서 형들 쫓아와. 양동이 물에 떨어뜨리지 말고. 알았지?”

“알았어 형.”


그러나 기대한 것과는 달리 물고기는 쉽게 잡히지 않았다. 넓은 냇가의 붕어들은 3형제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요리조리 피해 다녔다. 매번 빈 그물만 들어 올렸다. 첨벙첨벙 물이 옷에 튈 때마다 추위가 몸속으로 파고들었다. 


“형. 어떡하지?”

“...”


민식이의 물음에 민철이도 대답을 못하고 한숨을 쉬었다. 막내 민호는 벌써 지쳤는지 양동이를 힘없이 땅에 끌고 다녔다. 물고기 한 마리 담지 못한 양동이였다.


한 시간을 그렇게 헤매고 다녔을까. 민철이는 단 한 마리라도 잡았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 집에서 붕어를 무척이나 기다리고 계실 할머니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졌다.


바로 그 순간 3형제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는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오아시스 모양의 물웅덩이에 뼘치보다 더 큰 붕어 수십 마리가 놀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냇가 폭이 넓다보니 위에서 떠내려 온 모래와 흙이 쌓여 냇가 한가운데 물웅덩이를 만든 것이었다. 삼형제는 붕어를 양동이에 주워 담았다. 그물질 한번으로 한꺼번에 많은 물고기를 잡을 수 있었다.


“형, 이 정도면 할머니 병 나을 수 있겠지?”

“그럼 당연하지. 얼른 가자.”


삼형제는 하얀 입김을 내뿜으며 길을 재촉했다. 2월의 바람은 아직 차가웠지만 희망의 불로 타오르는 형제들의 뜨거운 가슴을 식힐 수는 없었다. 집에 다다랐을 즘 동생 민식이 갑자기 휘청거렸다.


“아야.”


순간 민식은 그 자리에 주저앉았고 검정 고무신 한쪽은 뒤에 떨어져 있었다.


“민식아, 왜 그래? 어디 다쳤니?”

“아냐 형, 돌부리에 걸렸어. 얼른 가자. 할머니 많이 기다리시겠다.”

“그래, 정말 괜찮지?”


민식이는 절뚝거리며 걸음을 재촉했다. 집에 도착한 형제들은 서둘러 놋대야를 방안으로 들고 와 붕어들을 풀어놓았다. 그리고 할머니가 누워 계신 골방으로 가져갔다.


“할머니, 할머니, 여기좀 봐. 붕어 잡아왔어. 얼른 일어나 봐.”


막내 민호가 야단법석을 떨었다.


“날씨 추운데 어떻게 이렇게 많이...”


할머니는 놋대야의 붕어들을 보시며 손자들의 기특한 행동에 감탄했다. 손자들은 또한 기뻐하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며 가슴 뭉클함을 느꼈다. 이어 할머니와 붕어들과의 눈싸움이 시작되었다. 생사를 건 눈싸움이었다. 이제 황달병이 붕어에게로 옮아가는 일만 남았다.


민철이가 골방에서 나오자 민식이가 발에 빨간 약을 바르면서 붕대를 감고 있었다.


“너 어떻게 된 거니? 돌에 걸렸다며?”

“응, 별거 아냐. 아까는 아픈 줄도 몰랐어.”


민식이는 돌부리에 걸린 게 아니라 사실 유리조각에 찔렸던 것이다. 그런데도 빨리 붕어를 할머니께 갖다 드려야한다는 생각에 다쳤다는 사실을 감춘 것이었다. 형한테는 그냥 돌부리에 걸렸다고 거짓말을 했던 것이다. 그러나 민식이는 할머니의 병이 낫기만 한다면 자신의 상처는 아무렇지도 않다고 어른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났다. 그러나 할머니의 황달병은 나아지지 않았다. 할머니는 결국 서울에 있는 큰 병원에 입원했다. 민철이와 동생들은 할머니와 아무런 대화도 나누지 못하고 생이별을 해야만 했다. 손자들이 학교에 간 사이 병원에 입원하신 것이었다.


입원한 지 닷새 만에 이장님 댁 전화로 연락이 왔다. 할머니께서 먼 길을 떠난 것이었다.  이튿날 손자들은 누런 삼베에 싸인 할머니를 만날 수 있었다. 헤어질 때 말 한마디 제대로 나누지 못한 할머니였는데 이런 모습으로 오시다니. 3형제는 할머니의 영정앞에서 울고 또 울었다.


할머니의 장례가 끝나자 식구들은 할머니가 쓰던 물건들을 태우기 위해 골방의 장롱을 열었다. 까만 비닐봉지에서 말랑말랑한 연양갱과 카스텔라 빵이 나왔다. 두 달 전 민철이가 할머니께 사다 드린 것인데 시간이 꽤 지난 탓에 곰팡이도 군데군데 슬어 있었다. 이가 없어 말랑말랑한 것으로 사다드렸는데 아껴 뒀다가 손자들 주려고 했던 것이다. 이 모습을 보고 있던 손자들은 목이 메었다. 금방이라도 할머니가 골방 한구석에서 일어나 손자들을 부를 것만 같았다.


“형 붕어 생각하면 너무 속상해. 효험이 없었던 것 같아.”

“아냐, 우리가 붕어 잡아왔을 때 할머니 표정 봤니? 세상에 아무것도 부러울 게 없는 표정이셨어.”

“그래서?”

“붕어 때문에 기뻐하셨던 할머니의 표정, 그게 바로 효험이었던 거야. 내 기억 속엔 할머니의 그 행복한 모습만 보여.”

“형.”


민철과 민식의 눈에 또다시 눈물이 주르륵 흘러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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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십만원 월세방에서 나온 사연


태식이는 첫 직장부터 발을 잘못 들여놓았다. 한 달 동안 다녔던 회사가 도저히 월급을 줄 능력이 안 되자 태식이는 이성필 부장을 따라 다른 회사로 옮겼다. 이성필 부장을 비롯해 모두 다섯 명의 직원들이 집단으로 이직을 한 것이었다.


태식이가 새로 옮긴 회사는 전에 다녔던 직장과 마찬가지로 조그만 신문사였다. 그러나 이 회사도 재정상태가 그리 튼튼한 곳은 아니었다. 벌써 두 달째 급여가 미뤄지고 있었고 직원들의 성화에 사장은 급여를 지급할 것이라고 몇 번이나 약속 했지만 그저 말뿐이었다.


이 때문에 태식은 마음의 상처를 크게 받았다. 서울 큰누나 집에서 눈칫밥 먹으며 생활하고 있는 태식이는 일요일인 어제 조카들과 함께 용인 민속촌에 놀러 가 입장권을 끊으려다가 속만 상했다.


태식이의 회사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누나이기에 식구들이 놀러갔을 때 누나가 늘 돈을 내곤 했다. 너무 미안한 마음에 이번엔 태식이가 용인 민속촌 입장권을 사려고 했지만 돈이 부족했다. 2만원이면 충분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네 명의 입장료는 모두 3만원이었기 때문이었다. 태식이가 지갑을 폈다 접었다, 우쭐거리는 모습을 보자 누나가 다가왔다.


“태식아, 됐어. 얼른 들어가자.”

“...”


누나가 이미 눈치를 채고 표를 사는 사이 태식이의 얼굴은 빨개지고 왠지 모를 설움에 눈물까지 났다. 민속촌 안에 들어가서도 태식은 내내 고개를 떨구며 끌려 다녔다. 조카들은 좋아하며 뛰어 놀았지만 태식이의 얼굴엔 어두운 그림자만 드리워져 있었다.


오늘 아침 회사에서 태식이는 오전 내내 어제 민속촌에서 있었던 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월급만 제대로 나왔으면 그런 일이 없었을 것이라며 내심 사장을 원망하고 있던 터였다. 이성필 부장과 함께 애꿎은 담배만 자꾸 피워댔다.


“이 부장님, 오늘은 어때요? 나올 것 같습니까?”

“글쎄. 오늘은 우선 반만 준다고 토요일 날 김 전무님이 말씀하시긴 했는데...”

“아휴, 한두 번이라야 말이죠. 정말 속상해 죽겠어요.”

“야, 누군 안 그러냐? 오늘 하루만 더 기다려보자. 해결해 주겠지.”

“오늘은 꼭 받아야 하는데...”


그러나 퇴근 무렵 김 전무는 직원들을 불러놓고 지사 계약이 안 돼 돈이 안 들어왔다며 또 급여를 미뤄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혹시나 했던 직원들은 역시나 하며 돌아섰다. 태식이는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도저히 떨어지질 않았다. 차라리 집에 안 들어갔으면 하는 마음이 앞섰지만 마땅히 갈 곳도 없는 태식이였다. 복잡한 심경 탓에 어떻게 왔는지도 모르게 태식은 어느새 누나 아파트 앞에 서 있었다.


“띵동 띵동.”


벨을 누르자 조카 영준이가 얼굴을 빼꼼이 내밀었다.


“누구세요? 아, 삼촌이네.”


문이 열리자 영준, 희준이와 사돈댁 딸인 미진이가 태식이 앞으로 모여들었다.


“삼촌, 삼촌, 피카츄하고 포켓몬스터 사왔어? “아, 뒤에 있구나. 얼른 줘.”

“...”


태식이는 대답도 못하고 서둘러 방으로 들어갔다. 아이들에게까지 구차한 변명을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태식의 누나는 이런 마음을 눈치 챘는지 아이들에게 “얘들아, 삼촌 오셨으면 인사를 해야지. 뭘 달라고 그렇게 조르는 거야?” 라고 핀잔을 줬다. 방에서 이 말을 듣고 있던 태식은 가슴이 찢어지게 아팠다. 그날 저녁 태식은 저녁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방으로 건너갔다.


다음날. 직원들이 원성을 높이자 김 전무는 개인 돈을 찾아왔다며 차비 명목으로 5만원씩을 주었다. 5만원으로 일주일의 시간을 벌어 볼 셈이라는 걸 직원들은 이미 눈치 채고 있었다.

태식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퇴근할 때 조카들에게 줄 피카츄와 포켓몬스터 그리고 피자 한판을 사들고 갔다. 


다음날. 출근한 태식은 이성필 부장과 마주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이부장님, 열흘 있으면 설인데 정말 큰일이네요. 시골 부모님을 어찌 찾아봬야 할지?”

“그러게 말이야. 그때까지도 해결 안 되면 이대로는 못 있겠다. 법적으로 하던지...”

“법으로 한다고 곧장 해결될 것 같지도 않은데요.”

“휴~”


이부장과 태식이는 연신 한숨만 내쉬었다. 태식이는 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작년 11월 서울에 올라와 직장 생활하다 이번 설에 처음으로 내려가는 고향이었다. 절대로 빈손으로 고향에 내려갈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부모님께 회사에서 급여가 안나온다고 말씀드릴 수도 없는 일이었다. 참으로 난감했다.


그로부터 열흘 후인 설 전날. 김 전무는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봉투에 5만원씩 넣어 10명의 직원들에게 나눠주었다. 태식이는 하늘이 무너져 내린 것처럼 눈앞이 캄캄했다. 부모님 내복이 눈앞에서 아른거렸다. 어머니가 그렇게 드시고 싶어 하는 굵직한 오렌지가 너울너울 스쳐갔다. 또 조카들에게 줄 과자종합세트가 머릿속에 맴돌았다.


잠시후 태식이의 절망은 분노로 바뀌었다. 울화통이 치밀어 그 자리에 있다가는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5만원이 든 돈 봉투를 구겨 휴지통에 던지고는 사무실을 나와 버렸다. 현관 복도에 쭈그리고 앉아 담배를 꺼내 들었다. 담배 세 개비를 연달아 피워댔다. 그때 이성필 부장이 뛰어 나왔다.


“야, 태식아. 너 그렇게 하고 나가면 어떡하냐? 너 그렇게 하면 내 얼굴은 뭐가 되냐?”

“죄송합니다, 부장님. 너무 속상해서 그만...”


태식이의 눈에는 이미 눈물이 고여 있었다. 참고 또 참으며 소매로 계속 눈물을 훔쳤지만 눈물은 하염없이 흘러 나왔다.


그 때 이부장이 태식이 앞에 무엇인가를 내밀었다. 구깃구깃한 편지봉투 아래 네 개의 봉투가 더 얹어져 있었다. 태식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이 부장에게 물었다.


“부장님, 이...이게 뭐예요?”

“태식아, 너 누나 집에서 눈칫밥 먹는 것도 알고, 시골에 부모님 계신 것도 알어.”

“...”

“어차피 우리들은 집이 서울이라 시골 내려갈 일도 없고.... 너한테 필요할 것 같아서 모았다. 자, 받아라. 너한테 정말 미안하구나.”

“부장님...”

태식이는 그 돈을 받는 다는게 너무 미안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렇지만 명절인데 고향에안 내려갈 수도 없는 일이었다. 태식은 고개를 푹 숙이며 돈을 받아들었다. 조금이나마 이성필 부장을 원망했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그날 저녁 이성필 부장은 동대문 앞 골목에 자리 잡은 10만 원짜리 월세 여인숙에 들어가 짐을 꾸렸다. 눈을 맞으며 이불이며 옷가지며 모든 세간을 사무실로 옮겼다. 월세가 너무 많이 밀린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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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누렁아, 다시는 혼자 안보낼게


외양간의 누렁이는 창민이보다 다섯 살이나 더 많았다. 창민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누렁이는 창민이네 외양간을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창민이가 걸음마를 시작하고 세상을 보기 시작했을 때 가장 먼저 친구가 돼 준 것도 다름 아닌 외양간의 암누렁이였다.


어려서부터 창민이는 누렁이 등에 훌쩍 올라타곤 했다. 황소는 거칠어서 등에 올라탈 수가 없었지만 암누렁이는 달랐다. 논이나 밭을 갈고 소달구지를 끌고 다니는 암누렁이는 언제나 온순했다. 논에서 돌아오는 길에 널찍한 누렁이의 등에 올라타면 엄마 품처럼 포근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이런 창민이에게 늘 핀잔을 주곤 했다.


“야 이놈아, 얼른 내려. 소 허리 다쳐.”

“아이구, 아버지는... 소 힘이 이렇게 센데 무슨 허리 다친다고 그래요?”

“아니, 이놈이... 누가 네 등에 타고 있으면 좋으냐?”

“....”


이럴 때마다 창민이는 누렁이 등에서 훌쩍 뛰어내려 녀석의 꼬리를 잡아당기며 쫓아가곤 했다. 덩치가 이렇게 큰데 허리가 다친다는 아버지 말씀이 언뜻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아버지 말씀을 거역하진 않았다.


그 날도 창민이는 뒷골 냇가 둑에서 누렁이에게 풀을 뜯기고 있었다. 누렁이가 풀을 뜯는 동안 창민이는 따로 할 일이 있었다. 그것은 냇가 둑에 흐드러지게 익은 산딸기를 따먹는 일이었다. 새콤달콤한 맛에 취해 창민은 벌써 냇가 둑을 따라 꽤 멀리까지 내려갔다. 두 시간은 지난 것 같았다.


“에구, 너무 늦었다. 서둘러야겠는걸.”


그러나 창민이가 누렁이가 있는 곳에 왔을 때 누렁이는 온데간데없었다. 쇠말뚝이 뽑힌 자국만 선명할 뿐이었다. 창민은 씩 하고 웃었다. 산딸기를 한 입에 털어 넣고는 집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한걸음에 집에 달려온 창민은 외양간 뒷문으로 얼굴을 빠끔히 디밀었다.


“누렁아 안녕. 또 만났네 또 만났어. 야속한 누렁이.”


창민은 가수 주현미 노래까지 흥얼거리며 누렁이를 불렀다.


“음매.”


누렁이는 창민을 보자마자 큰 눈을 끔벅거리며 길게 음매를 외쳤다. 창민은 누렁이 목줄에 걸려 있는 쇠말뚝에서 줄을 풀어 외양간 기둥에 다시 매어 주었다.


15년 동안 이 외양간에서 살면서 수 천 번 걸어 다닌 논길을 누렁이가 모를 리 없었다. 논에서 고삐를 풀어놓기만 하면 누렁이는 1km 남짓 떨어진 집까지 혼자서 돌아오곤 했다. 논에서 일이 늦게 끝나는 날 아버지는 으레 누렁이의 고삐를 풀어 주며 “이랴” 하고 소를 몰았다. 잠시 후 집에 오면 누렁이는 어김없이 외양간 안에 들어가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께서 소달구지를 매어 주며 뒷골 논둑에 가서 엊그제 베어놓은 꼴(소나 말에게 먹이는 풀)을 실어오라고 하셨다.


“야, 소나기 오겠다. 얼른 다녀와라. 말라서 무겁진 않을게다.”

“예, 아버지.”

“그리고 쑥 뜯어먹지 못하게 잘 봐라. 잘못 먹으면 큰일 난다.”

“예, 아버지. 다녀올게요.”


달구지를 다 매 주신 아버지는 곧장 깨밭으로 가 비료를 뿌리셨다.

창민이는 달구지 앞쪽에 타고 “이랴”를 외쳐댔다. 논에 도착한 창민은 베어놓은 꼴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바싹 말라서 무겁진 않았지만 억새나 산딸기 줄기 때문에 얼굴이 베어지고, 찔리고 게다가 땀까지 솟았다. 상처난 부위가 자꾸만 쓰라렸다. 


30분만에 창민이는 꼴을 달구지에 모두 실었다. 그러나 창민은 곧장 집으로 들어가기가 싫었다. 집에 일찍 들어가 봐야 아버지 강요에 못이겨 깨밭 풀을 뽑아야 한다는 걸 창민이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꼴을 싣는 동안 창민이는 많이 지쳤고 스르르 눈이 감길 정도로 피곤했던 것이다.


“한 시간만 쉬었다 들어가야겠다.”


창민은 누렁이를 작은 아카시아 나무 기둥에 묶어놓고 바로 옆 미루나무 아래 풀밭에 벌렁 누워 버렸다. 먹구름 한 덩이가 서쪽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아버지의 걱정처럼 소나기는 올 것 같지 않았다. 두둥실 떠가는 흰 구름이 미루나무 꼭대기에 걸릴 즘 창민은 코를 골았다.


풀벌레 소리에 잠을 깼을 때 누렁이는 없었다. 잠자는 창민을 기다리다 못해 집으로 먼저 들어간 듯 했다. 창민은 집을 향해 달렸다. 누렁이와 달구지가 없기 때문에 큰길로 갈 필요 없이 좁은 지름길로 내달렸다. 아버지는 여전히 깨밭에 비료를 뿌리고 계셨다. 그런데 달구지를 달고 앞마당에 서 있어야 할 누렁이가 보이지 않았다. 아버지가 달구지 떼어놓고 외양간에 벌써 매어 놓았나 싶어 외양간에 들어가 보았다.


“누렁아, 나 왔다. 누렁아, 엇?”


그러나 누렁이 자리는 비어 있었다. 집 주위를 살펴보았지만 달구지도 누렁이도 보이지 않았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혹시 다리 건너 옆 동네로 가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겁이 덜컹 난 창민은 다시 논으로 뛰어갔다. 논에 다다랐을 즘 저쪽 밭머리에서 누군가가 창민을 불렀다.


“창민아, 창민아.”


동일이 아버지가 창민을 불러 세웠다.


“아저씨, 안녕하세요. 헉헉. 예, 그런데 무슨 일이시죠? 헉헉.”


창민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안전부절 하지 못했다.


“야, 너네 소 저기...”

“네? 저희 누렁이가요?”


동일이 아버지가 손끝으로 가리키는 곳을 보니 누렁이가 동일이네 집 뒤 대나무 숲길에서 여유 있게 풀을 뜯고 있었다.


“아니, 누렁이가 왜 저기에...”

“달구지 한쪽 바퀴가 웅덩이에 빠지면서 누렁이가 중심을 잃고 같이 넘어졌단다.”

“...”

“넘어져서 발버둥치기에 내가 달구지 떼어내고 끌어다 매어 놓았지.”

“그랬군요.”

“그런데 창민이 너는 보이지도 않고... 좀 전에 집으로 달려가는 거 봤는데 부를 새도 없이 저쪽 샛길로 막 뛰어가더구나.”


논둑의 나무 아래에 누워 있었으니 동일 아버지 눈에 창민이가 보일 리 없었던 것이다.


“여하튼 다행이다. 누렁이가 발버둥치면서 얼마나 힘들었으면 눈물을 다 흘리더구나.”


누렁이에게 다가갔을 때 정말 누렁이 눈 밑으로 털이 젖었다 마른 흔적이 보였다. 눈물을 흘렸던 것이다. 창민은 누렁이가 자신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을 거라고 생각했다.


“미안해 누렁아. 다시는 너 혼자 안 보낼게.”


창민이가 누렁이의 목을 끌어안자 누렁이는 약속이나 한 듯 창민이의 머리를 쓱쓱 핥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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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천사표 현균이


현균이는 친구들이나 후배들에게 무조건적으로 친절을 베풀었다. 천성이 착한 탓이었다. 독서실에서 새우잠 자면서 생활하고 새벽에는 아르바이트하며 대학에 다니는 현균은 착하기도 했지만 한번도 장학금을 놓치지 않을 정도로 공부도 잘했다.


현균은 심지어 차비까지 털어 친구들을 돕고 대신 걸어서 독서실에 들어갈 때도 많았다. 이런 현균이를 반 친구들을 물론 후배들까지 졸졸 따르며 좋아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친한 사람은 현균보다 두 살 어린 성민이었다. 


“현균형, 어제 또 걸어갔지?”

“아니, 뛰어갔다. 왜?”

“뭐, 뛰어가?”

“그래 뛰어가니까 운동되고 좋더라.”


현균이는 한바탕 웃어버렸다. 참으로 못 말리는 사람이었다. 


그 날도 현균이와 성민은 점심을 먹기 위해 교내 식당으로 들어갔다. 이번에는 성민이가  밥값을 내려고 마음을 먹고 있었다. 성민이가 식권을 사려고 돈을 내미는 순간 어김없이 현균이가 가로막으며 말했다.


“야, 됐다. 집어넣어.”

“형, 제발 나한테도 기회를 줘.” 

“기회는 무슨 기회? 꽝, 다음 기회를...”


현균은 농담까지 해가며 성민이의 청(?)을 들어주지 않았다. 그러나 성민이는 이에 지지 않고 식대 판매 창구 앞으로 돈을 내밀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성민이의 손을 툭 치며 현균이가 핀잔을 주었다.


“야, 성민아. 너 부모님 시골서 어렵게 농사일 하셔서 학비 보내주시는데 아껴야지.”

“아이 참, 형네 집은 넉넉한가?”

“야 임마, 나는 장학금 받잖아. 얼른 집어넣어.”


옥신각신 다투는 중에도 성민이가 계속 돈을 내려고 하자 현균이는 얼굴이 빨개지면서 소리를 질렀다.


“야, 김성민, 너 이 형한테 한번 혼나볼래?”


현균이가 이렇게까지 나오니 성민은 도리가 없었다. 성민이가 할 수 있었던 일은 현균이가 사주는 밥을 그저 맛있게 먹는 것뿐이었다. 무조건 퍼주기만 하는 현균이를 생각하면 어떤 때는 화가 치밀었다. 성민이는 현균이가 세상을 좀 영악하게 살기를 원했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 큰 기대였다. 


그 일이 있은 지 몇 일 후 성민이는 현균이를 자신의 자취집으로 데려갔다. 독서실에서 새우잠 자는 현균이가 보기 안쓰러웠던 것이다. 단 하루만이라도 현균이를 따듯한 방에서 마음 편하게 재우고 싶었던 것이다.


“형, 오늘은 내가 예술 라면을 끓여주지. 기대해도 좋을 거야.”

“그래. 기대하마.”


버스에서 내리며 성민이가 말을 걸었다. 자취집 앞 골목에 다다르자 성민은 슈퍼마켓을 향해 뛰었다. 이번에도 또 현균이가 라면을 살 것 같아 선수를 치려고 했던 것이다. 그 순간 뒤에서 현균이가 성민이를 불러 세웠다.


“야, 성민아, 어디 가냐? 라면 사러 가냐?”

“아냐, 형.”


성민은 대충 얼버무리며 슈퍼를 향해 계속 뛰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현균이가 더 크게 소리를 질렀다.


“성민아, 라면 여기 있다.”


무슨 말인가 싶어 뒤를 돌아보고 나서 성민이는 할말을 잃었다. 현균이가 가방 속에서 빨간 라면을 꺼내 흔들어 보이며 웃고 있었다.


“아이고, 형, 라면은 또 언제 산거야?”

“하하하. 내가 또 이겼지? 성민아 너는 계란이나 한 개 사라.”


사실 현균이는 아까 학교 매점에서 라면을 미리 사뒀다. 화장실 간다고 했을 때 좀 오래 걸린다고 생각했는데 그 사이에 라면을 샀던 것이다. 이런 현균이의 배려에 성민이는 두 손 두발 다 들고 말았다.


가난했던 학창 시절의 추억은 흘러가고 어느 덧 7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현균이는 한 아이의 아빠가 되었다.


“형, 아들 낳았담며? 그래 이름은 뭐야?”

“응, 어진이다. 유어진. 이름은 내가 지었다. 하하하.”

현균이의 무조건적인 배려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의 아들 “어진이”도 아빠처럼 무엇인가를 베풀며 “어질게” 살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성민은 속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역시, 현균형이야. 하나도 변하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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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화초콩아, 잘 살아 있어


대전에서 청주로 학교를 다니게 된 수홍이는 당분간 독서실에서 생활을 하기로 했다. 전세를 얻어 4년 동안 자취생활을 하려면 좋은 집을 구해야 하는데 넉넉지 않은 가정형편 때문에 우선 한 달에 10만원 하는 독서실에서 생활을 하게 됐다.


대신 다음 학기엔 아버지께서 돈을 마련해 집을 구해 주기로 했다. 시골에서 농사짓고 계신 아버지는 이번 여름 방학 때 황소 서너 마리를 팔기로 한 것이다. 아직 소가 다 크지 않았기 때문에 독서실 생활이 불편하더라도 그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역시 독서실 생활은 불편하고 지루했다. 수업이 끝나고 들어오면 조용히 앉아 공부하거나 좁은 통로에 누워 있는 게 전부였다. 나무 책상을 사이에 두고 있을 뿐 사실상 옆방과 경계가 없어 숨소리조차 크게 낼 수 없었다. 심지어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는 일도 쉽지 않았다. 특히 밤 10시가 넘으면 독서실 현관문을 잠갔기 때문에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꼼짝없이 갇힌 생활을 해야만 했다.


수홍이는 답답한 마음과 고독감을 달래기 위해서는 무엇인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3층 독서실 창가에서 물끄러미 맞은편 주택가의 빌라를 보고 있던 수홍이는 무릎을 딱 쳤다.


“그래 바로 저거야.”


수홍이 본 것은 맞은편 빌라의 창가 베란다에 올려놓은 화분이었다. 수홍이는 곧바로 화원으로 달려갔다. 무슨 식물을 키울까 생각하던 수홍이는 화려한 꽃이 피는 화초콩을 심기로 했다. 화분에서 자라고 있는 꽃나무를 사는 것보다는 씨앗을 심어 싹이 트는 모습부터 보고 싶었다.


수홍이의 화초콩 사랑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그날 저녁 수홍이는 화분에 화초콩 세 개를 심고 물을 주었다. 다음날 아침에도 물을 주고 학교에 갔다. 그날 저녁까지도 화초콩은 싹을 틔우지 않았다.


3일째 되는 날 아침, 수홍은 궁금해서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화분의 흙을 살짝 파보았다. 1센티미터 가량의 싹이 터 있었다. 단지 흙 위로 올라오지 않았을 뿐이었다. 수홍이는 하루 종일 화초콩 생각에 빠져있었다.


“지금쯤 싹이 올라왔을까? 햇볕이 너무 강해서 혹시 말라죽은 건 아닐까?”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되고 수홍의의 마음속에는 만감이 교차했다. 수홍이가 이렇게까지 신경쓰는 이유는 그의 성격이 너무 세심한 탓이기도 했다. 여하튼 화분속의 화초콩이 있어 수홍은 독서실에서의 답답함이나 외로움을 그나마 견뎌낼 수 있었다.


화초콩 생각에 뒤척이던 그 날 밤 수홍이는 세 개의 가녀린 희망을 보았다. 손전등을 비췄을 때 뽀얀 색깔의 세 녀석이 가녀린 손을 흙 위로 내밀고 있었던 것이다.


“와, 정말 반갑다 화초콩아. 내가 너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니?”


수홍이는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마치 몇 십 년 만에 이산가족을 만나기라도 한 것처럼 수홍이는 뛸 듯이 기뻤다. 화초 콩으로 인해 인생의 희열을 맛보는 듯 했다.


이튿날부터 수홍이는 화분을 창가 안쪽에 두었다. 햇볕이 너무 강하면 독서실 벽에 압정을 꽂아 실을 매달고 실 끝에 빨래 깍지를 묶은 다음 신문지를 물려 햇빛 가리개도 만들어주었다.


화초콩은 하룻밤 사이 3센티미터 정도 자랐다. 처음에는 볼펜을 꽂아 주면 잘 타고 올라갔는데 이젠 50센티 정도의 지지대가 필요했다. 수홍이는 우암산에 올라가 올곧은 싸리나무를 몇 개 꺾어다 지지대를 세우고 줄기가 이탈하지 않도록 노끈으로 묶어주었다.


4월 중순 추적추적 봄비가 내리던 어느 날 밤, 수홍이는 화분을 바깥 창가에 내놓았다. 물을 주는 것보다 자연적인 습기를 맞게 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기다란 지지대가 좀 불안하긴 했지만 별일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독서실 앞 두꺼비 슈퍼에서 컵라면을 사들고 계단에 앉아 먹고 있었다. 독서실 방으로는 어떤 음식도 가지고 갈 수 없었기 때문에 독서실의 학생들은 종종 계단에 앉아 컵라면을 먹곤 했다. 때마침 비가 내리는 탓에 수홍이는 따끈한 컵라면이 생각났던 것이다.


그 때 현관 창문 밖으로 가로지르는 무엇인가가 보였다. 그리고는 이내 쿵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니나 다를까 화초콩이 심어져 있던 화분이 독서실 3층 창가에서 빗물에 미끄러지면서 바닥으로 떨어진 것이다. 수홍이는 먹던 컵라면을 내던지며 황급히 내려갔다. 제발 아무 일이 없기를 빌고 또 빌며 1층을 향해 뛰었다. 


붉은 플라스틱 화분은 산산조각이 났고 화초콩 줄기도 군데군데 끊어져 있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지지대에 노끈으로 줄기를 묶어 놨기 때문에 뿌리가 상한 것 같진 않았다. 수홍이는 무너지는 억장을 추스르며 컵라면 용기에 화초콩을 옮겨 심었다.


날이 밝자 수홍이는 우암산 자락 인적이 드문 곳의 나무 밑에 화초콩을 옮겨 심었다. 독서실에서는 더 이상 화초콩을 키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이별할 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지만 엄연한 현실이었다. 그날 밤 수홍이는 꿈을 꾸었다. 붉은 꽃이 활짝 핀 화초콩이 우암산 자락을 가득 메우고 있는 모습의 꿈을....


그로부터 6개월 후. 2학기가 되면서 수홍이는 꽤 쓸만한 전셋집을 얻었다. 그동안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다. 친구들과 모여 술도 마시고 TV도 보고 기타도 치며 놀았다. 독서실에서의 갑갑한 처음 기억은 모두 잊혀지는 듯 했다.


10월 초 가을빛이 감돌쯤 수홍이는 혼자서 우암산에 올랐다. 가을을 누구보다 먼저 느끼고 싶어서였다. 수홍이의 가슴은 설레기 시작했다.


사실 수홍이가 화초콩을 잊은 건 아니었다. 컵라면에서 옮겨 심은 그 날 이후 어쩌면 화초 콩이 말라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그것이 두려워 그동안 일부러 우암산을 찾지 않았던 것이다. 6개월이 지난 지금은 그 두려운 마음이 많이 삭혀져 있었고 언젠가 한번은 봐야 한다는 생각에서 큰마음 먹고 산을 오른 것이다.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수홍이는 화초콩이 심어져 있는 곳을 향해 발걸음을 떼었다. 화초콩이 어떤 형태로 있던간에 수홍이는 운명으로 받아들일 생각이었다. 그곳에 다다랐을 즈음 붉은 꽃들이 희미하게 퍼져있는 풍경이 희미하게 보였다. 수홍이는 한걸음에 화초콩이 심어진 곳까지 뛰어갔다.


그날 수홍이는 우암산 자락에서 붉은 궁전을 보았다. 화초콩을 묻고 돌아온 날 밤 꿈에서 보았던 붉은 화초콩 세상을 보게 된 것이다.


수홍이의 눈에는 기쁨인지, 반가움인지 아니면 그 당시의 슬픔 때문인지 모를 눈물이 마구마구 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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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차마 마지막 담배를 피울 수 없었다


경민이는 3년 전 아내와 결혼하면서 금연을 하겠다고 굳게 약속했다. 담배를 다시 피우면 이혼도 감수하겠다며 각서까지 썼다. 그러나 금연은 말처럼 그리 쉽지 않았다. 경민은 낮에 회사에서 담배를 태우고 양치질은 물론 껌을 몇 개씩 씹고 퇴근하곤 했다. 그러나 아무리 털어내려해도 찌든 담배냄새는 조금씩 풍겨왔다.


“당신, 담배냄새 나는데. 어디, 왼손좀 내밀어봐.”


아내가 경민이의 왼손을 잡아당기며 냄새를 맡으려하자 얼른 손을 빼며


“무슨 소리야? 내가 각서까지 썼는데 무슨 담배를 피웠다고 그래?”

“들어오자마자 담배냄새가 나는데 이건 뭐야? 내 코는 못 속여.”

“아, 그...그거 사무실에서 정과장님하고 같이 있다보니까... 과장님이 하루에 두 갑씩 피우잖아. 나한테도 냄새가 배었어.”

“정말이야? 그런데 냄새가 너무 강한데, 이리 와서 입 한번 벌려봐.”

“나 참, 왜 그래? 안 피웠다니까. 얼른 밥이나 줘. 배고프단 말야.”


경민이는 얼른 화장실로 들어가 다시 한번 양치질을 했다. 저녁밥 달라고 해놓고는 양치질을 해버린 것이다. 경민이는 놀란 가슴을 쓸어안고 큰 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경민이가 금연했다는 것을 아내에게 떳떳하게 보여주지 못하는 이러한 행동은 아내의 의심을 더 키울 뿐이었다.


“그런데 요즘 당신 퇴근해서 들어오면 왜 뽀뽀도 안 해줘? 뭐 찔리는 거 있남?”

“허허, 무슨 소리? 이리 와.”


퇴근해 들어온 어느 날 경민이는 아내에게 다가가 번개같이 볼에 뽀뽀를 하고는 얼른 화장실로 들어갔다. 아내는 뽀뽀할 때 입에서 담배 냄새가 나는지 확인하려고 했지만 재빠른 남편의 행동에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담배를 피우고 있다는 심증은 분명한데 물증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결국 꼬리가 밟히고 말았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담배 생각이 간절했던 경민이는 차에 신문을 두고 왔다며 가지러 간다고 아내에게 거짓말을 했다. 설마 옷까지 챙겨 입고 4층에서 저 아래 골목에 세워 둔 차 있는 곳까지 쫓아올 줄은 꿈에도 생각을 못했던 것이다.


아내의 눈치를 살피며 슬금 슬금 나온 남편은 차 앞문을 열고 신문을 집어 들고는 트렁크 문을 열어 무엇인가를 꺼낸 후 주위를 살피더니 집 반대 쪽 골목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골목에 쪼그려 앉아 서둘러 급하게 담배를 빨아대는 장면을 아내는 똑똑히 목격했다. 그리고는 질겅질겅 껌을 씹고 그것도 미덥지 않았는지 주머니에서 귤을 꺼내 까먹는 것이었다. 그런 다음 자연스럽게 올라오는 것이었다.


“아니, 저 사람이 정말... 나도 모르는 사이 귤까지 챙겨왔네.”


그 날 저녁 아내는 아무 말 하지 않고 넘어갔다. 무슨 이유였을까.


다음날도 남편은 저녁식사를 끝내고 차에 서류를 놓고 왔다며 자동차 열쇠를 챙겼다.

물론 경민은 일부러 서류봉투를 차에 두고 왔다. 현관문을 나서려는데 아내가 가로막았다.


“여보, 잠깐, 내가 갔다 올게, 어차피 슈퍼에서 양파도 사야하거든. 오늘 고기 재놔야 내일 먹지.”

“아....아냐, 내가 갔다 올게. 양파 얼마짜리 사면 돼?”

“아냐, 내가 갔다 올게. 저번처럼 깨지고 썩은 양파 사 오려고? 내가 직접 골라야지.”

“아니, 그래도 내가...”


순식간에 차 열쇠를 낚아챈 아내는 벌써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만약 트렁크를 열기라도 하면 모든 게 끝장나는 순간이었다. 그러면서도 경민이는 아내가 설마 트렁크까지 열어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건 단지 경민이의 간절한 바람 일뿐이었다.


10분 후 아내는 양파 한 자루와 서류봉투를 들고 들어왔다. 경민이의 가슴이 방망이질을 하고 있는데 아내가 서류봉투를 건네주며 말을 건넸다.


“자, 여기 있어. 그런데 당신은 어째서 차에 놓고 오는 게 그리도 많아?”

“응, 요즘 들어 부쩍 깜빡깜빡하네.... 헤헤”


경민이는 놀란 가슴을 다시 한번 쓸어내리며 앞으로는 좀더 조심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자동차 트렁크보다 더 안전한 곳이 담배를 숨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일은 일단락되는 듯 했다.


다음 날 출근한 경민이는 트렁크에서 담뱃갑을 찾다가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후미진 구석에 있어야 할 담배와 라이터는 온데간데없고 그 자리에 오렌지색 포장지에 싸인 선물이 놓여 있었다. 아내가 한 일임을 대번에 알 수 있었다. 두려움에 가득 찬 경민이는 조심스럽게 선물을 풀었다.


“자기야, 담배 끊기가 그렇게 힘들면 다른 방법을 찾았어야지. 거짓말하고 숨어서 피운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잖아? 담배 피우고 싶은 그 심정은 이해하지만 왜 금연을 해야 하는지 누구보다 당신이 더 잘 알잖아? 오늘 일찍 들어와. 자기 좋아하는 우렁 된장 해놓을게. 사랑해 자기야.”


이렇게 씌어진 아내의 메모가 먼저 나왔다. 그리고 상자를 여는 순간 담배 한 개비와 50원짜리 성냥갑이 들어 있었다. 성냥갑 속에는 역시 1개의 성냥개비만 들어있었다. 경민이는 이 담배 한 개비를 끝으로 금연을 했으면 좋겠다는 아내의 간절한 바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맨 아래에는 지난 봄 여의도 윤중로 벚꽃 길에서 아내와 손잡고 찍은 사진이 하트모양의 작은 유리액자 속에 담겨져 있었다. 액자 위쪽에는 하얀 색 수정 펜으로 쓴 ‘금연’ 글자가 아주 자그맣게 보였다.


경민이는 마지막 담배에 차마 불을 붙일 수가 없었다. 대신 담배를 두 동강 냈다. 어젯밤 차 트렁크를 열며 이 선물을 넣는 아내의 모습을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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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섭이는 직장을 그만둔 지 벌써 다섯 달이 지났지만 새 직장에 들어가기가 그리 쉽지 않았다. 워낙 불황인 탓에 기업들도 인원을 줄이는 상황에서 취직은 말처럼 쉽지 않았다. 물론 아내가 직장을 다니고 있었지만 쥐꼬리만한 월급에 빚만 늘어갈 뿐이었다. 살림을 도맡아 하는 아내의 한숨은 날로 늘어만 갔다.


“여보, 좀 알아봤어요?”

“응, 계속 알아보는데 마땅치가 않네.”

“급여가 낮더라도 우선 임시라도 들어갈 데 없을까요? 다니면서 다른 직장 알아보게.”

“나와 있는 일자리가 없네. 요즘 워낙 불황이라...”


사실 명섭이는 여러 군데에 이력서를 넣었지만 조건이 너무 좋지 않아 번번이 포기를 해야만 했다. 그러는 동안 명섭이의 몸과 마음은 서서히 지쳐가고 있었다. 심지어 온 몸이 쑤셔오기까지 했다. 일을 하지 못해 병이 난 것이다.


명섭이가 전에 직장에서 영업 사원으로 일하며 가방 메고 하루 종일 사람 만나러 돌아다닐 때는, 비록 힘들고 피곤해도 이렇게까지 몸이 아프진 않았다. 활동을 안 하니 소화도 안 되고 밥맛도 없고, 심적 부담은 늘어가니 당연히 병이 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명섭이는 오히려 영업사원이었던 그때가 행복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 행복한 추억에 잠겼던 명섭은 그 날, 영업사원 때 메고 다녔던 검은색 가방을 어깨에 걸쳐 보았다. 너무 가벼웠다. 가방 속에 책을 몇 권 넣고 안방, 거실을 돌아다녔다. 마치 직장에 다니는 듯한 착각에 빠진 명섭이는 잠시나마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이때 마침 퇴근해 들어오던 아내가 거실 유리창을 통해 이 모습을 보고 말았다.


“여보, 지금 뭐하는 거예요?”

“어, 와...왔어? 옛날 생각이 자꾸 나서...”


명섭은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웠는지 말을 더듬었다.

이번에는 아내가 우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건넸다.


“여보, 저...우리 큰일 났어요.”

“왜?”

“사실은 석 달 전부터 생활비가 부족해서 아는 사람한테 돈 빌리고 있어요. 당신 취직할 때까지는 말 안 하려고 했는데... 빌린 돈이 벌써 3백만 원이예요“

“...”


명섭은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물론 전부터 짐작하고 있었던 일이지만 막상 아내의 말을 듣고 나니 더욱 힘이 빠지고 얼굴을 들 수 없었다. 결혼 전 명섭이가 들어놓은 이자가 꽤 높은 적금을 그동안 아내가 빠짐없이 넣었고 한번이라도 거르거나 미뤄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아내는 돈을 꿔서 채워 넣고 있었다.


“여보, 미안해.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여태껏 많이 기다렸지만...”

“....”


그러나 이번에는 아내가 아무 말도 없었다. 하루라도 빨리 취직하기를 바라는 아내의 마음을 이해할 순 있었지만 이럴수록 명섭이의 마음은 더 무거워졌다. 그동안 진 빚을 갚기 위해서는 돈을 더 많이 주는 직장을 찾아야만 했고 그러다 보니 일자리 구하기가 더 어려워졌기 때문이었다.


시름의 나날이 계속되던 어느 날 명섭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1주일 전에 면접을 봤던 한 회사에서 명섭을 채용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월급이나 다른 조건을 구체적으로 협의해야하니 다음주 화요일에 다시 한번 회사로 나오라는 것이었다.


이 소식을 듣자마자 명섭이보다 아내가 더 기뻐했다.


“여보. 정말 잘 됐다. 그동안 마음고생 많았죠?”


명섭의 아내는 너무나 기쁜 나머지 눈물을 글썽였다. 이제 뭔가를 새롭게 꾸려나갈 수 있다는 기대감에 아내의 마음은 벅차올랐다.


그 날 저녁 명섭과 아내는 영화를 한편 봤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액션 영화였지만 명섭의 눈과 귀에는 영화가 들어오지 않았다. 양복 입고 출근할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얼른 화요일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 찼다.


다음 날 저녁 퇴근해 들어온 아내가 싱글벙글 웃으며 큼직한 선물을 내놓았다.


“여보, 정말 축하해요.”

“웬 축하? 그런데 무슨 선물이 이렇게 큰 거야?”

“당신이 평소 갖고 싶어 하던 거예요. 펼쳐봐요.”

“뭘까?”


명섭이는 잔뜩 기대에 부풀어 선물을 뜯기 시작했다. 선물 속에는 새카만 가방과 구두 그리고 조그만 구두칼이 담겨 있었다. 명섭은 지난 3년 동안 가지고 다녔던 가방이 지퍼가 벌어지고 또 작다고 아내에게 여러 번 말한 적이 있었다. 이와 함께 비 오는 날엔 구두에서 물이 새 발이 퉁퉁 불었던 것을 아내는 속으로 늘 간직하며 마음 아파했었다.


“여보, 어때요? 가방 지퍼 벌어지고 좁아서 서류 넣기도 힘들고 구겨진다고 그랬잖아요. 그리고 이 구두 3년 동안 갖고 다니던 구두 표로 산거니까 잘 신어야 돼요. 걸음 험하게 걷지 말구..., 새 신발이라 처음에는 손으로 신기 힘들 거예요. 구두칼 가지고 다니면서 쓰세요. 작아서 갖고 다니는데 불편하진 않을 거예요.”


순간 명섭은 눈물이 핑 돌았다. 휴대용 구두칼까지 챙겨주는 아내의 마음에 너무나 큰 감동을 받았다. 진작에 취직하지 못한 자신이 한없이 미워졌다.


그 날 밤 아내가 잠든 사이 명섭은 새 구두를 신고 가방을 멘 채 안방과 거실을 돌아다녔다. 내일 그 회사에 협의하러 갈 생각을 하니 잠도 오지 않고 한없이 들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아내가 출근한 직후 명섭은 채비를 서둘렀다. 새 구두를 신고 굳이 멜 필요도 없는 가방을 어깨에 메고 집을 나섰다. 지하철 출입문을 통과하려고 할 즘 갑자기 휴대전화가 울렸다.


“김명섭씨죠?”

“예. 그런데요.”

“여기 ○○ 회사인데요. 오늘 구체적으로 협의하기로 했죠. 그런데 다른 분이 이미 들어오기로 약속이 돼서... 정말 죄송하게 됐네요. 정말 미안합니다.”


명섭은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명섭이보다 급여를 낮게 제시한 사람이 먼저 뽑힌 것이었다. 눈앞이 컴컴해지는 것이 자살하는 사람들의 심정을 알 것만 같았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잘 하고 오라던 아내의 웃는 모습을 떠올리니 가슴이 미어졌다. 명섭은 흐르는 눈물을 소매로 훔치며 집을 향해 뛰었다. 터질 듯한 가슴을 부여잡고 정신없이 뛰었다.


집에 도착한 명섭이는 컴퓨터를 켜고 자기소개서를 다시 작성하기 시작했다. 아내의 취직선물에 먼지가 쌓이는 걸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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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내식당에서 식판에 밥을 담던 기덕이는 맞은편에서 밥을 담는 여자의 모습을 보고는 기겁을 하고 말았다. 그 여자가 김치, 감자볶음, 돈가스 등 반찬을 지나치게 많이 담고 있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덩치를 보니 호리호리한 체격으로 저 많은 반찬을 다 먹을 것 같아 보이진 않았다. 기덕이는 속으로 혀를 찼다.


"다 먹지도 않을 거면서 저렇게 많이 퍼 담는 심보는 뭐람?"


요즘 들어 굶는 사람들도 많다는데 반찬을 끊임없이 많이 담아 결국 짬통에 버리게 될 그 여자의 행동이 너무 괘씸하게 보였던 것이다. 기덕이는 그 여자가 반찬을 얼마나 남길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그래서 일부러 그 여자와 보조를 맞춰가며 식판에 음식을 담았다. 느리게 밥을 담는 기덕이 때문에 뒤에 오는 사람들이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지만 기덕이는 맞은 편 여자의 동태를 계속 살폈다.


식판에 밥을 다 담은 기덕이는 여자의 뒤를 슬슬 따라갔다. 그리고는 그 여자 옆에 자신의 식판을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밥을 먹기 시작했고 여자도 천천히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 그녀는 힐긋 힐긋 시계를 쳐다봤다. 한 10분쯤 지났을까.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났다. 한명의 여자가 손에 뭔가를 든 채 다가오고 있었다.


"언니."

"야, 너 왜 이제 오니?"

"미안해 언니, 막 나오려는데 전무님이 부르셔서....지출내역서가 안 맞는다고해서 그거 맞추고 오느라고...."

"알았어 그래, 얼른 밥 먹자. 다 식겠다."


친언니인지 아는 사이인지는 몰라도 두 여자는 또래로 보였다. 그 여자는 자리에 앉자마자 조그마한 가방을 열어 무엇인가를 꺼냈다. 도시락이었다.


"얘, 너는 오늘도 장아찌니? 좀 맛있는 거 좀 싸가지고 다녀."

"아휴, 언니는... 내 사정 뻔히 알면서 그래? 가뜩이나 차비도 올라서 걱정인데."

“그래도 그렇지..."

"헤헤, 장아찌 반찬이 도시락 싸기 가장 쉬워. 아침에 시간도 없고..."

"알았어. 밥이나 먹자."


언니인 듯한 그 여자는 김치, 돈가스, 감자볶음 등을 덜어 그 여자의 도시락에 얹어주었다. 이 모습을 보고 있던 기석이는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었다. 돈을 절약하려고 이렇게까지 하는 그 모습에 감동을 받아서가 아니었다. 이들의 또 다른 대화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나저나, 너네 엄마 병원비 때문에 큰일이다. 어떡하니?"

"그러게 말야. 이번 수술만 잘 되면 우선 큰 고비는 넘긴다고 하는데...."

"....."


어머니 병원비 때문에 도시락을 싸들고 다니며 식대를 절약하는 같은 직장 후배를 위해 매일 같이 반찬을 많이 퍼다 도시락을 나눠먹는 것이었다. 기석이는 점심을 먹는 내내 목이 메여 제대로 밥을 먹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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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속 깊은 친구


오늘은 승호네 학교가 가을 소풍을 가는 날이다. 아침 일찍부터 승호 누나가 엄마 대신 승호의 김밥을 싸고 있었다. 그러나 승호는 소풍 가는 날이 별로 즐겁지 않았다. 오히려 소풍날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승호는 늘 생각했다. 변변한 김밥 한 줄 싸가지 못하는 자신이 창피하기 때문이었다.


ꡒ승호야, 꼭꼭 씹어서 천천히 먹어. 콜라 사가는 거 잊지 말고. 산에 올라가면 더 비싸니까 미리 사 가지고 올라가. 알았지?ꡓ

ꡒ....ꡓ


승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몇 푼 안 되는 소풍비 때문이었다. 엄마가 아침에 일찍 논에 나가면서 쥐어준 3000원이 소풍 비의 전부였다. 게다가 김밥에는 햄이나 소시지, 게맛살은 없고 시금치와 단무지만 들어 있었다. 승호네는 가정 형편 상 김밥 재료를 사기 위해 읍내까지 갈 여유가 안됐던 것이다.


ꡒ얘, 승호야 이거 빼 놨어.ꡓ


시무룩하게 나가려는데 누나는 까만 비닐봉투에 든 것을 건네줬다. 찐 밤이었다. 이 밖에 가방 안에는 소금으로 우려낸 말뚝 감, 찐 고구마가 들어 있었다. 승호는 소풍날 용돈 대신 밤이나 감 등 집에서 구할 수 있는 것으로 먹을 것을 준비해 싸가곤 했다.


ꡒ승호야. 가방 잃어버리지 말고 잘 다녀와.ꡓ


사실 승호는 가방도 불만이었다. 엄마가 시장이나 외갓집에 갈 때 가지고 다니는 손잡이 달린 작은 가방이 승호의 소풍 가방인데 할머니들이 주로 들고 다니는 가방이라 승호는 소풍갈 때마다 창피하다고 생각했다.


터벅터벅 걸어오는데 명자네 집 담벼락 모퉁이에서 수인이가 승호를 불러 세웠다.


ꡒ승호야, 같이 가자.ꡓ

ꡒ수인이구나.ꡓ

ꡒ야, 그런데 너 소풍날 아침부터 표정이 왜 그러냐?ꡓ

ꡒ어, 그....그냥.ꡓ

ꡒ짜아식.ꡓ


수인이는 승호의 오른쪽 등을 살짝 내려치고는 어깨동무를 한 다음 씨익 웃었다. 수인이는 뭔가를 눈치 챈 듯한 표정이었다. 


옥봉산으로 가는 소풍 길은 아름다웠다. 날다람쥐가 밤이나 도토리를 물고 나무를 오르내리는 풍경도 보였고 불을 질러 놓은 듯한 형형색색의 단풍이 눈을 어지럽게 만들었다. 그러나 승호는 이런 풍경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초라한 자신의 모습에 기가 죽었기 때문이었다. 드디어 지긋지긋한 점심시간이 되었다.


ꡒ자, 점심시간은 1시까지입니다. 멀리 가는 사람 없도록....ꡓ


선생님의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친구들의 함성 소리가 들렸다. 승호는 이 순간이 너무 싫었다. 형편없는 자신의 김밥 때문이었다. 친구들이 맛이 없다는 이유로 자신이 가져온 김밥을 안 먹으면 어쩌나 하고 승호는 내내 걱정을 하고 있었다.


일곱 명의 친구들이 모여 앉아 김밥을 꺼내 한데 놓았다. 처음에는 어느 김밥이 승호 것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지만 승호의 김밥을 한 번 집어먹은 친구들은 다시는 손을 대지 않았다. 승호 역시 애써 자신의 김밥을 먹고 있었지만 역시 맛이 없었다. 그럴만한 것이 기본적으로 소시지나 햄 이 빠져 있기 때문이었다. 이때 수인이가 승호의 김밥을 집중적으로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자신의 김밥을 승호 앞으로 슬그머니 밀어 넣었다.


ꡒ야, 수인아 천천히 먹어라 임마. 체하겠다.ꡓ


승호는 급하게 김밥을 먹는 수인이의 등을 두드리는 시늉을 하며 달랬다. 그건 왠지 모를 고마움의 표시였다. 바로 그때 수인이의 나무젓가락에 쥐어져 있던 승호의 김밥이 잔디위로 굴렀다. 그러자 수인이는 손으로 김밥을 주워들고 ꡒ훅ꡓ 하고 불더니 먹어버렸다. 다른 친구들이 일제히 수인이의 얼굴을 살폈다. 그러나 수인이는 태연하게 말을 꺼내며 씩 웃었다.


ꡒ야야, 먹어도 안 죽어. 하여간 깔끔한 척 하기는...ꡓ


친구 승호를 위해 수인이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땅에 떨어진 김밥을 주워 먹은 것이다.


김밥을 먹은 다음에 친구들은 저마다 간식을 꺼내들었다. 빠다코코넛비스킷, 초코파이 등 주로 과자였다. 그러나 승호는 아까부터 콜라만 홀짝홀짝 마시고 있었다. 가방 속에 있는 찐 밤, 찐 고구마, 우린 감은 꺼내지도 못하고 우쭐대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수인이가 승호를 향해 물었다.


ꡒ야, 너 그 안에 있는 거 뭐냐?ꡓ ꡒ이리 내 봐 임마.ꡓ

ꡒ어...밤하고 고구마...ꡓ

ꡒ야, 이 자식이 맛있는 거는 지가 다 먹으려고 그러네. 이리 줘봐.ꡓ


수인이는 승호의 가방 속에서 찐 밤, 찐 고구마 등이 들어 있는 봉지를 꺼내들며 대신 자기 가방 속에 들어 있던 과자를 꺼내 승호에게 건네줬다.


ꡒ야, 나 요즘 충치 생겨서 단 과자는 못 먹겠더라. 엄마가 어제 사 오셔서 가지고 오긴 했는데... 아, 잘 됐다. 승호 니가 이거 다 먹어라. 나는 우린 감하고 밤이나 먹어야겠다.ꡓ


수인이는 승호 가방에서 꺼낸 음식들을 먹기 시작했다. 우린 감 껍질은 벗기지도 않고 잘도 씹어 먹었다. 승호는 오린 라면봉지를 씌워 노란 고무줄로 봉해놨던 병콜라 마개를 열어 수인에게 건네줬다. 콜라를 한 모금 마신 수인이가 또 입을 열었다.


ꡒ임마, 그리고 소풍이 왜 소풍이냐? 오늘은 먹고 재밌게 놀라고 있는 날이야. 가지고 온 거는 다 먹고 내려가야지. 올라올 때 힘들지도 않데? 하여간 뭘 모른다니까.”


결국 승호가 싸온 음식은 수인이가 모두 먹어치웠다.


해가 뉘엿뉘엿할 무렵 친구들은 산을 내려왔다. 학교 근처에 다다랐을 쯤 수인이가 화장실이 급하다며 집쪽으로 뛰어갔다. 승호는 수인이의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걸음을 되돌려 문방구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2500원짜리 태권브이 3단 변신 로봇을 샀다. 혹시 소풍비 3000원 받았다는 사실을 수인이가 알아차릴까봐 일부러 수인이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기다렸다 문방구에 들어갔던 것이다.


그날 저녁밥을 먹는데 누나가 승호에게 물었다.


ꡒ승호야, 오늘 우린감 안 떫데?ꡒ너 가고 나서 몇 개 먹어보니깐 제대로 안 우려진 게 많더라ꡓ

ꡒ어? ꡒ어.. 괜찮던데...ꡓ


승호는 그 감을 수인이가 다 먹었다고 할 수도 없어서 그냥 먹을 만 했다고 누나한테 거짓말로 얼버무렸다. 낮에 수인이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떠올리며 왜 집에 있는 감만 제대로 안 우려졌는지 승호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다음날 승호는 수인네 집 앞에서 수인을 불렀다.


ꡒ수인아, 학교 가자.ꡓ


그런데 수인이 대신 수인이 엄마가 걱정스런 얼굴을 하며 대문 밖으로 나왔다.


ꡒ승호 왔구나. 우리 수인이가 어제 저녁부터 배탈이 나서 꼼짝을 못하고 있거든.ꡓ

ꡒ예? 배탈이라고요?ꡓ

ꡒ그래, 어제 소풍가서 뭘 그렇게 많이 먹었는지 밤새 설사하고 토하고.....죽는 줄 알았어.ꡓ

ꡒ....ꡓ


승호는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면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ꡒ오늘은 학교에 못 갈 것 같구나. 그래서 말인데 승호 네가 선생님께 말씀드려줄래?ꡓ

ꡒ네, 그럴게요. 안녕히 계세요.ꡓ


승호는 얼굴도 못 들고 모기 만한 목소리로 인사를 했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ꡒ아이구 미련한 놈. 감이 떫으면 먹지 말지....바보 같은 놈.ꡓ


승호는 떫은 감을 아무렇지도 않게 오히려 맛있게 먹었던 수인이의 모습을 떠올리며 가슴이 먹먹해져옴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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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태

30년 동안 구로 공단에서 재봉 일을 해온 영희 엄마는 얼마 전 직장을 그만두었다. 중국에서 옷이 대량 수입되면서 원단을 봉제해 옷을 만들 일이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이었다. 이 여파로 영희 엄마가 다니던 공장을 비롯해 봉제공장 여러 군데가 문을 닫았다.


그래서 영희 엄마는 당분간 쉬기로 했다. 특히 재봉틀을 돌리며 옷을 만드는 일이 워낙 섬세한 작업이라 지난 30년 동안 영희 엄마의 시력은 매우 나빠져 있었다. 재봉일처럼 눈을 많이 쓰는 일은 피하는 게 좋다고 병원에서 몇 번이나 알려줬지만 생계 수단이 그것밖에 없었던 영희 엄마는 줄곧 그 일을 해왔던 것이다.


“엄마, 이제 좀 쉬어요. 아빠랑 여행도 다니시고. 재봉 일을 너무 오랫동안 하셨어.”

“그래. 그런데 너희 아빠는 만날 술만 드시니 어딜 다닐 수가 있어야지.”

“방법 있나 뭐. 엄마 혼자서라도 다녀야지.”

“그러게 말이다.”


엄마의 한숨 소리가 길게 늘어졌다. 이때 영희가 엄마에게 뭔가를 건네주었다. 출가한 영희네 집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 동생 명희와 함께 돈을 모아 산 휴대폰이었다.


“엄마, 돌아다닐 때 급한 일 있으면 이 휴대폰으로 연락해. 전화 걸고 받을 줄 알지?”

“아이구 얘는, 무슨 급한 일이 있겠다고 비싼 휴대폰을 다......”


휴대폰을 받아 든 엄마는 어리둥절하면서도 흐뭇한 마음이 떠나질 않았다. 집에서 늘 술만 드시는 영희 아버지 때문에 딸들에게 전화 한번 마음 놓고 할 수 없었던 영희 엄마로써는 참으로 잘 된 일이었다. 진작부터 하나 구입하고 싶었지만 만만치 않은 가격 때문에 많이 망설였던 영희 엄마였다.


그 날 저녁 영희와 동생 명희는 엄마에게 문자메시지 보내는 방법을 알려 주었다. 3시간 동안 설명을 했지만 엄마는 쉽게 이해하지 못했다. 눈이 워낙 침침한데다 휴대폰은 처음이라서 첨단기능을 이해하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또한 살아오면서 흰색의 긴 편지봉투만 봐온 엄마는 휴대폰 속 메뉴의 편지모양이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엄마, 그거 말고 왼쪽 네모 속에 브이자 처럼 돼 있는 게 메시지 보내기야.”

“어디? 아, 이거구나!”

“아이구 엄마는 참. 그건 전화번호 찾기 기능이라니까. 도대체 몇 번을 알려줘야 해?”

“...”


엄마는 침침한 눈을 끔뻑거리며 애써 휴대폰을 들여다보았지만 모든 게 너무나 낯설었다. 이럴수록 명희는 엄마한테 짜증이 났고 핀잔하는 듯한 말투로 엄마를 다그쳤다. 이 모습을 보고 있던 언니 영희가 입을 열었다.


“명희야, 너 엄마한테 말버릇이 그게 뭐니? 한두 살 먹은 얘도 아니면서.....너 언니한테 한번 혼나볼래?”


명희는 금세 얼굴이 빨개져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옆에 있던 엄마도 무안했는지 멋쩍어했다.


“엄마 일찍 주무세요. 피곤해서 내일 어떻게 대구 가시려고? 그리고 그 문자 메시지 모르면 어때? 그냥 전화 걸고 받을 수만 있으면 돼지. 얼른 주무세요.”


그 날 밤 두 딸과 함께 잠을 자던 엄마는 비어 있는 건넌방으로 갔다. 건넌방에는 밤새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새벽이 돼서야 영희 엄마는 딸들이 자고 있는 방으로 다시 들어가 잠을 청했다.


다음 날 영희 엄마는 오전 10시 대구행 버스를 타기 위해 차를 성남 모란터미널로 향했다. 마침 일요일이라서 두 딸이 배웅을 갔다. 동생 명희는 어젯밤 엄마한테 퍼부은 핀잔이 미안했는지 배웅 가는 내내 엄마한테 아무 말도 걸지 못했다. 그러나 이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괜찮아질 거라고 명희는 생각했다.


“엄마, 그런데 얼굴이 왜 이렇게 부었어요? 밤에 잘 못 주무셨나?”

“웅, 잠이 잘 안 오더라구. 그래서...”


엄마는 말끝을 흐렸다.


“엄마, 잘 다녀와요. 급한 일 있으면 이 휴대폰으로 꼭 연락하고... 그리고 어제 명희가 얘기한 문자메시지는 신경 쓰지 말아요. 중요한 거 아니니깐.”

“알았어. 걱정 말라니까.”


걱정 말라는 엄마의 얼굴은 무척 초췌해보였지만 환한 미소를 담고 있었다. 뭐 좋은 일이라도 있는 것처럼 엄마는 혼자서 싱글벙글했다. 영희와 명희는 그 까닭을 알 리 없었다.


집으로 돌아온 두 딸은 이불빨래를 하기 위해 양쪽 방에 있는 이불을 꺼냈다. 건넌방에서 이불을 꺼내던 동생 명희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언니를 불렀다.


“언니 언니, 여기 와봐. 이불에 피가...”

“뭐라구? 이불에 왜 피가 묻어 있어?”


사실이었다. 이불 한 가운데에 야구공만한 크기의 면적에 피가 배어 있었다. 영희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중얼거렸다.


“정말 이상하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없었는데... 갑자기 어디서 피가 묻은 거지? 어젯밤에 여기서 잔 사람도 없고... 명희야 혹시 너가 여기서 잤니?”

“아니.”

“그렇다면 엄마밖에 없는데, 엄마 어제 우리하고 같이 주무셨잖아.”


두 자매는 의아해하면서 이불 빨래를 계속했다. 오후 두시가 다 돼 영희 휴대폰의 문자 도착알람이 울렸다.


“띠요옹.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영희는 휴대폰 폴더를 열었다. 그리고는 친구려니 생각했다. 그러나 문자메시지를 보낸 주인공은 다름 아닌 엄마였다.


“영희아 몀희야 엉마 대구 질 왓타 치금 대구 떠미널이다. 명흐한떼 너무 뮈라고 하디 마라.”


“아니, 어떻게 엄마가 문자메시지를...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영희와 명희는 어리둥절했다. 어젯밤에 문자메시지 보내는 방법을 가르쳐주다 결국 포기했는데 어떻게 해서 엄마가 문자를 보낼 수 있었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었다.


사실 그랬다. 밤새 휴대폰 사용설명서를 들여다보며 문자메시지 보내는 방법을 어렴풋이나마 익혔던 것이다. 그것 때문에 밤샘 하느라 피곤해서 코피가 쏟아졌고 결국 이불에 묻은 것이었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이렇게 갈고 닦은 실력(?)으로 엄마는 대구 내려가는 버스 안에서 한시간 걸쳐 딸들한테 문자메시지를 보냈던 것이다. 그 과정에서 실수로 두 번이나 다 쓴 메시지를 날리기도 했다. 침침한 눈으로 코피까지 쏟으며 밤새 휴대폰과 씨름을 했을 엄마를 생각하니 영희와 명희는 눈물이 솟았다.


그 날 저녁 동생 명희도 영희 휴대폰으로 온 엄마의 문자메시지를 보고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것도 못하냐며 엄마한테 못되게 굴었던 자신이 한없이 미워졌다.


“엄마, 미안해요. 그리고 사랑해요.”


영희와 명희는 엄마의 문자 메시지가 찍힌 휴대폰을 한동안 내려놓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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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태
 

중국집 종업원, 그런 사연이 숨어 있었습니다.

1. 귀머거리 중국집 종업원과 성식이


성식이는 중국집에 자주 가는 편은 아니었지만 종종 자장면 생각이 나면 중국집을 찾곤 했다. 집 근처에는 서너 군데 중화 요릿집이 있었는데 성식이는 중국 사람이 직접 운영하는 자장면 집만 갔다. 그런대로 맛이 괜찮았기 때문이었다.


토요일 퇴근길에 성식이는 그 중화 요릿집에 들러 간 자장을 먹었다. 집에 들어가봐야 마땅히 먹을 밥이 없었던 성식은 그렇게 한 끼를 때우기로 했던 것이다.


맛있게 자장면을 먹고 난 성식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갑을 통째로 사무실에 놓고 왔기 때문이었다. 밖에 세워놓은 차에는 100원짜리 동전 몇 개뿐이라는 걸 알고 있었던 성식이는 안절부절 못했다. 얼굴이 새빨개진 성식은 중간에 서 있는 종업원에게 다가가 머리를 긁적이며 사정조로 말을 했다.


“저어, 죄송한데요. 제가 지갑을 사무실에 두고...”


성식이는 종업원의 어떤 대답도 떨어지기 전에 말을 이었다.


“길 건너면 바로 저희 집이거든요. 바로 갖다 드리면 안 될까요?”


성식이의 간절한 사정에도 불구하고 그 종업원은 솔깃도 하지 않은 채 주방쪽으로 가버렸다.


성식이는 자신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 종업원에게 순간 화가 났다. 성식이는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와 한걸음에 집에까지 뛰었다. 횡당보도가 있는 신호등까지 가지도 않고 넓은 도로를 단숨에 건넜다. 일부러 중국집 앞에 세워둔 차를 놓고 집에까지 뛰어가 간 자장 값 3000원을 가져왔다.


“자, 3000원 여기 있습니다. 치사하게 그러지 말아요. 3000원 때문에 사람을 못 믿다니... 왜요? 제가 3000원 떼먹고 저 차 타고 달아날 줄 알았나요?”


성식은 손님들이 있는데서 종업원을 향해 계속해서 쏘아붙였다.


“진짜, 이러는 거 아닙니다. 제가 아까 길 건너 산다고 했지 않았습니까? 그걸 못 믿어요?”

“...”


성식이의 일방적인 공격이 계속되는 동안 그 종업원은 아무 말도 못하고 오히려 성식이를 응시하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것이었다. 종업원의 이런 모습을 보자 성식이는 더욱 화가 났다. 그래서 한참을 더 퍼부을 참이었다.


이때 2층에서 중국인 주인이 내려왔다. 손에는 그릇이 가득한 쟁반을 들고 더듬더듬 우리말로 성식에게 말을 건넸다.


“손님, 죄송합니다. 얘가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손님을 못 알아본 모양입니다. 아까 제가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손님께서 급하게 나가시는 바람에 말씀드리지 못했습니다.”


주인장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러면서 주인장은 성식이의 소매를 끌며 그 종업원이 보이지 않는 식당 모퉁이로 성식을 데리고 갔다. 그리고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성식이에게 말했다.


“손님, 정말 죄송합니다. 사실 저 애는 듣지도 말하지도 못합니다. 며칠 전에 저희 가게 앞에서 떨고 있길래 갈 데도 없는 것 같고 그래서 제가 데리고 있는 아이입니다.”


성식이는 그제서야 자신이 화를 내고 있을 때 그 종업원이 왜 멀똥멀똥 하고 있었는지 깨닫게 됐다. 또한 성식이는 그 종업원이 알아들을 수 없는 청각장애인인데도 불구하고 성식이를 안 보이는 곳으로 데려와 작은 목소리로 그 사정을 얘기해주는 중국인 주인의 배려 깊은 행동을 보고나서 성급했던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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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태

안녕하세요. 다음블로거 윤태입니다.

그동안 제가 경험한 일을 바탕으로 쓴 <어른들을 위한 사실동화>를 미디어다음 블로그에 연재하다시피했지요. 어렸을 때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겪은 크고 작은 감동적인 일들을 동화형식으로 엮은 것입니다. 읽어본 분도 계시고 지나쳐 버린 분도 계실 것입니다. 이와 함께 제가 취재를 하면서 겪은 감동적인 사연을 동화로 구성하기도 했습니다.


사실동화(감동실화)를 쓰는 이유가 있습니다. 삭막하고 험한 사회속에서 조금이나마 가슴 따뜻하고 훈훈한 감동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줘 그 흉흉한 마음들을 조금이나마 따뜻하고 온화하게 변화시켜가고자 함입니다.


그리고 제겐 꿈이 있습니다. 서두 없어 써 내려간 감동실화를 책으로 내는 것입니다. 그래서 좀더 많은 사람들이 감동사연을 곁에 두고 잃으며 밝고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도록 하는 것입니다. 어른이 읽어도, 어린이가 읽어도 뭔가를 얻어갈 수 있는, 마음속으로 깨달을 수 있는 그런 메시지를 던져주고자 하는 것입니다.


출판을 위해 애를 안써본 건 아닙니다. 감동실화집 300만부 이상 판매된 <연탄길>시리즈를 낸 출판사에 원고를 의뢰해 봤지만 더 이상 출판 계획이 없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한 인터넷 출판쪽에서도 연락이 왔는데, 책이 나오면 100권을 구매를 해야한다는 조건이 붙었습니다. 결국 자기 돈을 들여 출판을 하지 않으면 힘들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자비를 들여 출판을 할 여유가 제게는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 40편의 사실(감동)동화를 아래에 쭉 깔아놨습니다. 제 나름대로는 가치있고 의미 있으며 사람들에게 어떠한 메시지를 던져줄 수 있는 감동적인 글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래 글을 책으로 만들어 주실 출판 관계자님들의 연락을 말이지요. 책을 만들어 돈이 되네, 안되네, 이런 걸 따지기 앞서 이러한 내용을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야한다는 마인드를 가진 출판 관계자분이라면 더욱 좋겠습니다.


내용이 많이 깁니다. 이 카테고리에 나와 있는 40편 이외에도 감동실화성 글은 더 있습니다. 차근차근 읽어보시고 이 내용들이 이번 겨울 따끈한 고구마처럼 사람들에게 훈훈한 열기를 심어줄 수 있을 거라고 믿는 출판 관계자분들이 계시다면, <감동실화집>으로 만들어주십시오.


참고로  사실동화중 3편은 KBS 2TV < TV동화 행복한 세상 > 에 에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 전국 방영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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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위 동영상을 차근차근 봐주시기 바랍니다. 미디어속 폭력,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영향 줘 제가 독서토론 지도하는 7살 남자아이가 있는데요. 착하고 평범하며 귀여운 친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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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토론 교사가 말하는 '사고력 키우는 방법' 저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독서토론논술을 지도하는 방문교사인데요. 오늘은 초등생 자녀, 특히 저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님께 독서에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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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부모, 아빠는 대화 통해 아이 마음부터 읽어야 한달 전에 좋은 아빠 되기 위한 방법을 찾다가 알게 된 굿대디(http://gooddaddy.samsungfire.com) 라는 사이트가 있습니다. 당시 다섯 살 난 첫째 녀..

억지로라도 웃어야 하는 중요한 이유

25년 동안 온몸에 암세포 전이 상태로 잘 살고 있는 그녀 '웃음과 긍정의 힘' 때문 오늘 아침 7시에 일어나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다가 보게된 SBS 스페셜. 개그맨도 나오고 웃음 혹은 즐거움, 웃음으로 살을 빼는 내용도 나왔..

취학전 어린이 일찍 재우는 기막히는(?) 방법

밤 늦게까지 쫑알거리며 노는 다섯살 아이...가짜 신문기사 만들어 보여주니 '큰 효과' 설 쇠면 여섯 살 되는 큰아들 녀석이 잠을 일찍 안자 걱정입니다. 세살 되는 둘째 녀석과 떠들고 장난치고 책이나 만화도 보고 그러다보면 1..

시간저축은행 들어보셨습니까? 시간도 저축시대??

한달전부터 이 책에 대한 감상평을 쓴다는게 깜빡했다. 그 이유는 시간이다. 시간에 대한 도서 감상평을 쓰는데 시간이 없어서 못썼다면 이건 좀 아이러니컬 한 일인가? 여하튼 엄밀히 따지고 보면 이건 서평이나 도서 감상이 아닌 우..

생후 21개월 아이의 연필 잡는 실력 보시겠습니까?

연필을 바르게 잡아야 예쁜 글씨가 나옵니다 생후 21개월 된 막둥이 녀석입니다. 아직 두돌이 안됐지요. 다섯 살 형아가 한글 쓰는 공부 하는 거 보더니 저도 따라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연필을 아무렇게나 움켜쥐고 쓰더니..

내집앞 눈치우기 100만원 물기 싫으면 아파트로 가야나하?

집 앞 눈을 치우지 않으면 100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한다는 정부(소방방재청)의 계획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반발, 아니 분노하고 있다. 일단 아파트 사는 사람들은 안심해도 될 듯 것 같다. 아파트 관리 주체가 알아서 관리할..

성남 신청사, 머리 위를 조심하세요. 고드름 주의!

3222억원 호화 청사라는 비판의 목소리와 논란을 빚고 있는 성남신청사 1월 7일 모습. 햇빛이 유리창에 보기 좋게 반짝이고 있는데요. 맨 꼭대기를 한번 볼까요? 거미줄처럼 얽힌 9층 꼭대기 구조물에서 지금 어떤 일이 벌어..

'눈사람 기자'  보니 무거운 아버지  어깨 느껴져...

폭설이 내리던 어제 아침, 막 출근 준비를 하는데 아침뉴스에서 여의도에 나가있는 중계차를 연결해 날씨를 전해주더군요. 폭설 때문에 그런지 여의도 현장날씨를 전해주는 기자와 스튜디오 사인이 맞지 않았던 듯 두차례나 연결이 안됐..

자동차 펑크 보험 긴급출동 서비스 요청하니 " NO "

눈길에 잘 미끄러지는 경차 특성상 긴급출동 서비스 요청하니 '갈 수 없다' "큰길까지 차 운행해서 내려오라?" 지난 2일 토요일이죠. 경기 지역에 약 1센티 정도의 눈이 왔었죠. 제 차에 나사못이 박혀 펑크가 난 건 새해 첫날..

초등 6학년은 안락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아래 동영상은 6학년 졸업이벤트 샘님들 영상메시지입니다 (자잔한 배경음악은 저작권 문제로 자동걸러짐 ㅠ.ㅠ) 아래 동영상은 6학년 졸업생 안락사에 대한 토너먼트 형식 토론입니다. 해당 아이들 있으시면 부모님께 안내하셔도 될..

빗나간 폭설 예보, 앞으론 이렇게 예보해주세요

폭설 예보 때문에 뛰어다닌 어제 '꽝' 됐다 일상 생활은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밤 사이 큰 눈이 내릴 것이라는 온갖 매체들의 난리법석에 나도 어제 난리법석을 떨었다. 꽤 심한 언덕길, 골목길을 수시로 차로 오르내리며 가..

"난 절대로 당신의 마니또가 아닙니다"

마니또 혼란 대작전...그러나 다 같이 훈훈했습니다 며칠전 사무실 송년회를 치렀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마니또를 했었지요. 그런데 올해 마니또는 지난해와는 전혀 다른 색다른 재미가 있었습니다. 마니또는 일반적으로 번호 100..

34만원짜리 제품을 62만원이라 광고하고 14만원에 '싸게' 판매한다?

모르는 분들은 "엄청 싸게 샀다"고 흡족해 할 '거품' 가격 유명한 인터넷 쇼핑몰을 캡쳐한 사진입니다. 620000만원짜리 한국사 책 세트를 143000원에 판매한다고 광고돼 있습니다. 62만원짜리를 14만3천원에 판매한다면..

담배 피우는 중학생 딸, 좋은 아빠는 어떻게 대처할까?

다섯살 큰아들과 채널 싸움 벌이는 아빠 "아빠 싫어!!" 다섯살인 큰아들 녀석이 요즘들어 성격이 좀 강해진 것 같습니다. 자기 고집, 주장이 세졌다고 해야할까요. 잘 따라주던 이전과는 달리 맘에 안들거나 불합리한 것에 대해서..

견인차는 긴급 자동차일까요?

생활하면서 겪게되는 특이한 상황들 생활하다보면 종종 이해할 수 없는 상황들이 벌어지기 마련인데요. 뭔가를 몰라서 그런 상황들이 벌어지기도 하고 알면서도 어떤 이익이나 사회적인 시선 등을 인식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경우..

주차장에서 담배 피웠다고 사법처리?

오죽하면 이런 방법을 썼을까? 한 빌라 주차장에 써놓은 경고문입니다. 남의 빌라 주차장에서 담배 피웠다고해서 사유지 불법 침입이나 사법 처리 등 법대로 처리할 일은 아닐 것입니다. 밤에 청소년들이 으쓱한 이 주차장에 모여 담..

애완견이 창문 내다보다가 사고 났을 경우 운전자 책임은?

위험하기도 하지만 도로교통법에도 위배 오늘 아침 출근길에 만난 풍경입니다. 달리는 차안에서 창밖을 보며 재롱을 피우는 반려동물. 그런데 이 친구가 좀 위험해 보입니다. 달리는 중에도 이렇게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으니까요. 게다..

신종플루 직격탄 이정도라니...

아침 극장가 '썰렁 썰렁' 관객 10명도 안돼 3일 아침 9시 50분에 시작하는 조조할인 영화를 보고왔다. 회사에서 진행하는 영화 동호회였다. 평소 9시 30분대의 조조할인때도 관객들이 꽤 있었는데 그보다 더 여유있는 시간대에..

엄마는 왜 거동 불편한 맏형을 먹었을까?

어미개가 태어난 새끼를 도로 뱃속에 넣는 것과 사람이 개를 사람 뱃속에 넣는 것의 차이는 무얼까? 김훈 소설 <개> 읽어보셨습니까? <내 가난한 발바닥의 기록>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2005년 작품입니다. 230페이지에 걸..

사람들은 왜 구멍에 집착하는 것일까?

한 아파트 엘리베이트 타는 곳입니다. 사진 오른쪽 벽에 5백원짜리 동전 크기 만한 구멍이 있습니다. 전기장치인 스위치가 있던 자리 같기도 하구요. 건물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풍경이기도 한데요. 그런데 저 구멍속에는 뭐가 있을..

안전벨트 매는 순간 교통경찰에게 단속됐는데....벌금은?

안전벨트 매는 동시에 경찰관 눈에 띄었는데.. 방금 전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길이었습니다. 보통은 운전석에 앉자마자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운전을 시작하는데 오늘은 그러질 않았습니다. 출발하면서 동시에 안전띠를 매는 경우와 복잡..

니코틴 측정기 고등학교 도입, 글쎄?

니코틴 측정기 고등학교 도입 인권 침해일까? 음주단속 인권침해 논란처럼? 전라북도 교육청이 각 고등학교에 니코틴 측정기를 보급하고 금연교육에 나서기로 한 것이 비인권적 행정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는 뉴스기사가 떴네요. 내년..

소변보는 남자들의 뒤태가 아름다운(?)  '오픈된' 화장실

소변보는 남성들 뒤태 훤히 보이는 서울에에쇼 화장실 아쉬워 서울 국제 항공 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2009(서울 에어쇼)가 25일 엿새 동안의 그 화려한 막을 내렸습니다. 특히 주말에는 일반인들에게도 개방되고 전투기, 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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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같은 세상을 꿈꾸는 새롬이, 재롬이 아빠, 엄마 가족입니다. 동화같은 세상에는 참세상, 여울목 세상 등 아름다운 세상이 다 포함돼 있습니다. 누구나 공감하고 원하는 그런 세상도 꿈꿉니다 ^^ by 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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